공릉동성당 게시판

* 내 마음의 땅(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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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18 ㅣ No.1809

연중 제 24주간 토요일 (2004-09-18)

독서 : 1고린 15,35-37. 42-49 복음 : 루가 8,4-15

 

* 내 마음의 땅 *

그때에 여러 동네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침내 큰 군중을 이루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서 발에 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가 쪼아먹기도 하였다.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서 싹이 나기는 하였지만 바닥에 습기가 없어 말라버렸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나무들이 함께 자라서 숨이 막혀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잘 자라나 백배나 되는 열매를 맺었다” 하시고는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하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제자들이 이 비유의 뜻을 예수께 묻자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게 해주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고 비유로 말하는 것이다. 이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씨가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빼앗아 가기 때문에 믿지도 못하고 구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씨가 바위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뿌리가 내리지 않아 그 믿음이 오래가지 못하고 시련의 때가 오면 곧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씨가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세상 걱정과 재물과 현세의 쾌락에 눌려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씨가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꾸준히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루가 8,4­-15)

주님께서는 여러 가지 비유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해 주고 계십니다. 특별히 오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열매 맺기 위해서 그 마음의 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길바닥·바위·가시덤불·좋은 땅 등 씨가 떨어지는 장소와 왜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 그 이유까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좋은 땅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 과연 어떤 땅을 좋은 땅이라고 하실까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 마음의 좋은 땅, 좋은 것, 깨끗한 것, 편한 것, 예쁜 것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땅은 아닙니다. 때로는 지저분한 거름도, 때로는 차가운 눈도, 때로는 뜨거운 햇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땅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 특별히 어려움에 지친 사람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의 말을 들어줄 때 내 마음의 땅은 좋은 땅으로 다져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내 곁에 앉아 있는 나를 거스르고 있는 사람,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모를 나에게 부담을 주는 사람을 주님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수용하려는 사이에 어느새 내 마음은 주님의 말씀을 열배 백배 열매 맺을 수 있는 좋은 땅으로 다져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나의 약점 또한 어느 누군가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그 땅의 거름으로 다져질 것이라 생각하며 주님의 자비에 나 자신을 온통 맡겨드리는 겸손을 청합니다.
주님께서 말씀을 통해 강조하시는 사랑의 삶, 그 말씀의 열매는 바로 사랑의 실천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사랑의 열매를 맺은 사람의 모습을 볼 때, 그 사람의 마음의 땅은 분명 좋은 땅임을 발견하게 될 때 어느새 내 마음의 땅도 서서히 좋은 땅으로 변화되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겸손되이 간청드립니다. 부디 말씀의 열매를 풍성히 맺기 위해 좋은 땅을 가꾸는 성실한 농부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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