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가을풍경

인쇄

윤병수 [y88853] 쪽지 캡슐

2001-09-15 ㅣ No.7407

가을입니다.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지난날의 가을은 아니지만,

어김없이 찾아든 계절의 흐느적거림에 가을동화속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제는 까마득한 기억속으로 가물거리지만 그때가 그리워 집니다.

 

소가죽으로 만들었을법한 누런가방을 질끈 동여매고

동그란 두개의 바퀴에다 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과 이별을 실고

오솔길을 지나 아스팔트를 줄달음치던 우체부 아저씨의 환한 웃음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눈앞의 얄팍한 상술보다는 그놈의 끈끈한 정이 왜그리 마음에 드는지....

지난날의 그러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날마다 하루를 여는 첫머리에

거의 습관적으로 우체통을 클릭합니다.

쓸쓸한 거리에 이리저리 뒹글다 쌓인 낙엽처럼 차곡 차곡히 순서대로

정리된메일을 열면 가을이라는 진한 향기가 코끝으로 확 번져옵니다.

가을맞이, 가을의 전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가을 흔적......

음악파일, 동 영상 파일, 음악편지 파일, 플레시 파일,

그야말로 형형색색으로 포마드 발라 빗어 넘긴 머리카락처럼

나름대로의 의미를 간직하고자 흐드러집니다.

 

가을이 어떻게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알수는 없지만,

가만 가만히 나타나는 현상이 분명한 가을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아주 쌀쌀한 차가운 공기며,

들판의 곡식들도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기 싫음일까?

아니면 계절이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에 멍들지 않았음 일까?

어느 여인네의 풀어진 옷고름 꿰메듯 야무지게 영글어 갑니다.

 

이 가을날

보이는 모든것들이 풍요롭기만 한데 가슴 한가로이

아련히 저미어 오는 이름 하나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우정에 수줍어하고, 사랑에 눈이멀어

가슴앓이를 하다 돌아설때 마음의 병이 되는 추억 만들기

아마도 그러한 만남들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만큼이나

축복받은 좋은 인연으로만 기억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가을엔 억수로 보고싶은 사람만, 그리워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영원한 벗 윤병수(시몬)이었습니다



3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