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2

인쇄

임은수 [suya21] 쪽지 캡슐

2002-03-08 ㅣ No.2530

 

 

Name    

   임은수  

 

 

 

   고 백 2

 

 

 

 

 

그가 왔습니다.

그 옛날, 까만 교복에 하얀 깃을 달고 다녔던 우리들의 황금시대에,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다니던 그 불량소년의 모습으로 찾아와서는

슬쩍슬쩍 머리칼을 헝클어 놓는다든지 나들이 길까지 쫓아 다니며

방해를 하는 통에 약이 바짝 올라 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지 아랑곳 없다는 투로 제 멋대로입니다.

게릴라처럼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상대방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고만 있습니다.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화를 내며 막무가내 쫓아낼 수도 없는 것은

그가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만남이 한 두 해가 아닌만큼 어느새 우리 사이도 잔정이 들어

조금은 임의로워진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조금 짓궂고 때로는 엉뚱해서 우리를 약오르고 혼란스럽게 하지만

본성까지 악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유난히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겉으로만 강한체

과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몇 번을 저렇게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제풀에 지쳐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잘 합니다.

어느날 문득,

자취도 없이 떠나버리면 나는 이내 그를 잊고 맙니다.

그러나 아주 잊은 것은 아니고 마음 한 구석에 그를 조금 남겨둡니다.

꽃샘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그가 왔습니다.

 

 

      suya

 

 



2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