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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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임은수
고 백 2
그가 왔습니다. 그 옛날, 까만 교복에 하얀 깃을 달고 다녔던 우리들의 황금시대에,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다니던 그 불량소년의 모습으로 찾아와서는 슬쩍슬쩍 머리칼을 헝클어 놓는다든지 나들이 길까지 쫓아 다니며 방해를 하는 통에 약이 바짝 올라 있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지 아랑곳 없다는 투로 제 멋대로입니다. 게릴라처럼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상대방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재미 있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고만 있습니다.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화를 내며 막무가내 쫓아낼 수도 없는 것은 그가 두려워서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만남이 한 두 해가 아닌만큼 어느새 우리 사이도 잔정이 들어 조금은 임의로워진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조금 짓궂고 때로는 엉뚱해서 우리를 약오르고 혼란스럽게 하지만 본성까지 악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유난히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겉으로만 강한체 과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몇 번을 저렇게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제풀에 지쳐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잘 합니다. 어느날 문득, 자취도 없이 떠나버리면 나는 이내 그를 잊고 맙니다. 그러나 아주 잊은 것은 아니고 마음 한 구석에 그를 조금 남겨둡니다. 꽃샘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그가 왔습니다.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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