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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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날의 삽화
아이가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 얘야, 안개가 끼는 날은 날이 덥단다. " 넌즈시 일러주시는 어머니 말씀을 책가방 위에 얹어 놓고 부지런히 들길을 걸어 갑니다. 그 길을 지나면 넓다란 신작로가 나옵니다. 아이는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제 앞의 길만 따라 가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진작 나타나야 할 신작로가 나오질 않습니다. 가도 가도 보이질 않습니다. 안개만이, 두터운 안개만이 점점 더 그 세력을 더하며 앞으로 뒤로 아이를 휘감습니다. 이때 쯤이면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기차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학교에 늦으면 안되는데...... ’ 아이는 마음이 급합니다. 타박타박 아이가 뛰기 시작합니다. 보이는 건 무섭게 덮쳐오는 안개와 아이 발밑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 뿐입니다. 길을 따라 길을 따라 아이는 뛰고 있습니다. 길만 내려다 보고 뛰어 갑니다. 두 뺨이 화끈거리고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주루룩 흘러 내립니다. 어느새 아이의 옷이 안개와 땀에 흥건히 젖어 버렸습니다. 아이에겐 이제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계속 뛰어서 앞으로 내닫기만 할 뿐입니다. 그때 시커먼 것이 불쑥 나타나서 아이의 팔을 잡아 챕니다. 아이는, 숨이, 콱, 막혀서, 천천히 아래서 위를 향하여 눈길을 돌립니다. "으아앙 ! " 갑자기 아이가 천둥같은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이 녀석아! 여기가 어딘줄 알고 뛰어드냐 ! 뛰어들길....." 삽자루를 팽개치고 아이를 덥석 들쳐안은 아이의 옆집 아저씨가 혀를 차며 중얼거립니다. ’ 네가 아무래도 안개에 홀린 모양이구나. 쯔쯧쯧..’ 그곳은 아이의 키를 웃도는 물이 흐르는 수로 옆이었습니다. 그 수로 둑에서 방금 핀 버들개지가 기지개 켜는 것을 그들은 볼 수가 없습니다. 무섭도록 짙게 내리는 안개 속이었으니까요.
당신도 안개 속에서 헤메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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