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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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4-07-12 ㅣ No.599









하늘이 작심을 했나 봅니다.

어젠 온 나무들의

묵은 먼지를 살살 씻어 내리더니

기어이 오늘은

개울물을 울리고야 맙니다.



얼마나 참은 울음인지

얼마나 울고 싶은 울음인지

소리 소리 내어 가며 웁니다.



세월에 외면당한 서러움이

저리도 깊었나 봅니다.

삶에 무시당한 분노가

저리도 통곡으로 우나 봅니다.



아침부터

울음을 받는 작은 돌들일랑은

아예 숨어버렸습니다.



이젠 온 대지가 한목소리를 냅니다.

서글픔이 길게 자락을 깔고

아스팔트를 때려가며

한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세요.

그렇게라도 울 수 있음이 부럽네요.

다 우셨음 하늘을 쳐다보세요.



제게도 그런 날들을 주셔야지요.

이녁의 쌓이고 쌓인 사연들도

언젠가 그렇게 터지겠지요.



그러나 빛깔은 다르고 싶습니다.

지금 보시는 하늘같이

그 하늘이 약속한 색깔같이

아름다운 언약으로

펑펑 울고 싶네요.



그날이 되면......



오늘은 이곳 필라델피아도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오네요

한 주의 시작을 차분하게 하라는

하느님의 배려로 생각하면서

힘차게 시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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