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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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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1-03-10 ㅣ No.7367



      재의 수요일 우리 인생의 목표는 부활이다. 그분처럼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그분의 부활을 기념한다면 그분처럼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나는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면서 그분께서 부활하셨다고 기뻐 찬미노래 부른다면 그 노래가 내 삶에 무슨 유익을 주겠으며 그 찬미가 어찌 진정이라 하겠는가? 그분의 부활절에 우리가 표하는 기쁨이 연중행사가 아니라 진정 나의 부활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길 바래본다. 그분처럼 부활의 삶을 사는 자만이 진정 부활의 기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하는 사순절을 우리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한다. 왜 하필이면 재와 함께 그분의 (우리의) 부활을 준비하는 것일까? 재는 물건을 태우고 남은 가루이다. 재의 수요일에 재를 내 머리에 얹는다면 나를 완전히 태운 가루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우리의 머리에 뿌려지는 재는 다름 아닌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주님을 환호하는 무리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흔들어대던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열광하며 '호산나'를 외치던 그들이 얼마 안 있어 그 입으로 그분을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발광하였다는 슬픈 역사를 또 안다. 우리는 그렇게 변덕스런 마음으로 지금 주님을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재의 수요일에 우리 머리 위에 재를 뿌리게 한다면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이런 변덕과 광신의 마음을 태워 가루를 내 위에 뿌리기 위해서이리라. '호산나' 하며 환호하는 소리, 언제 십자가에 처형하라는 소리로 변할지 모르는 내 속에 잠재해 있는 광신과 변덕스런 소리를 태워 그 재를 내 몸에 뿌리는 날, 남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를 외치며 하느님께 기도하는 교만한 나의 소리를, 남이 보는 앞에서만 주님을 찬미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단식하는 위선의 마음을 불태워 남은 재를 내 온 몸에 뿌리는 날(마태 6,16.18; 이사 58,3), 그렇게 나의 잘난 체 하는 마음, 교만한 마음, 그렇게 내 잘난 지식과, 내 선함과 내 아름다움을, 내 힘과 내 재물, 명예와 권력과 영광을 불태운 재를 온통 몸에 뒤집어쓰고 그 잿더미 위에 앉아 하느님께 돌아서는 날,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 야훼의 영광이 너희 뒤를 받쳐 주리라"(이사 58, 8). 그때야 비로소 너는 그분처럼 부활의 몸이 되어 부활의 기쁨에 들리라. 부활의 기쁨은 자기를 완전히 태우고 남은 재를 자기 몸에 뿌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부활의 기쁨은 재에서부터 느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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