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무릅 꿇고 있는 나무(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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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26 ㅣ No.3625

연중 제 26주일 (2004-09-26)

독서 : 아모 6,1ㄱ.4-7 독서 : 1디모 6,11-16 복음 : 루가 16,19-31

 

* 무릎 꿇고 있는 나무 *

그때에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부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화사하고 값진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그 집 대문간에는 사람들이 들어다 놓은 라자로라는 거지가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앉아 그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주린 배를 채우려고 했다. 더구나 개들까지 몰려와서 그의 종기를 핥았다. 얼마 뒤에 그 거지는 죽어서 천사들의 인도를 받아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부자는 죽어서 땅에 묻히게 되었다. 부자가 죽음의 세계에서 고통을 받다가 눈을 들어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브라함이 라자로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러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를 불쌍히 보시고 라자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제 혀를 축이게 해주십시오. 저는 이 불꽃 속에서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하고 애원하자 아브라함은 ‘얘야, 너는 살아 있을 동안에 온갖 복을 다 누렸지만 라자로는 불행이란 불행을 다 겪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그는 여기에서 위안을 받고 너는 거기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또한 너희와 우리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가로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 건너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건너오지도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부자는 또 애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소원입니다.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저에게는 다섯 형제가 있는데 그를 보내어 그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도록 경고해 주십시오.’ 그러나 아브라함은 ‘네 형제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으면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부자는 다시 ‘아브라함 할아버지,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찾아가야만 회개할 것입니다’ 하고 호소하였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루가 16,19­-31)

오늘은 묵상을 하는데 문득 부자가 제 집 앞에 있는 가난한 라자로를 왜 몰라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부자는 라자로를 보면서 ‘쯧쯧, 평소에 어떻게 했길래’ 하며 비웃으며 지나쳐 갔을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을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내 주위에 있는 이가 누구든지 간에 그가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때는 그 사람이 온전히 그 사람으로 보일 때다.
“로키 산맥 해발 3천 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이 있습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 때문에 곧게 자라지 못해 마치 ‘무릎 꿇고 있는 모습’ 같습니다. 이 나무들은 열악한 조건이지만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하며 견뎌 냅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 꿇고 있는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영혼, 인생의 절묘한 선율을 내는 사람은 아무런 고난 없이 좋은 조건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온 사람입니다.”
「아침을 여는 지혜」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라자로를 바라보는 주님의 시선은 부자와는 달리 이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평소에 하찮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라자로처럼 주님과 함께 있고, 나는 불타는 고통 중에 있다고 상상해 본다. 그리고 내 주변의 구체적 인물을 생각하며 복음에서처럼 대화를 나누어 본다.

박강수(재속회 선교사)


-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

우리가 함께 만나는 카페에서
한잔의 헤즐럿 커피를 마시더라도
서로의 마음이 편하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서로의 마주치는 눈빛속에서
긴 시간 지루한줄 모르고 웃음 날리며
이야기 할수만 있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아픔과 슬픔을 다독거려 주고
이해와 위로와 사랑을 나눌수만 있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때로는 만날수 없어도
서로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할수 있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때문에
더이상 가까이 갈수 없고
그저 바라만 볼수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너와 나,
늘 그자리에서 변함없이 연인같은 친구로
친구같은 연인으로 마음을 함께 한다면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도 좋다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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