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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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2-28 ㅣ No.8164

        "하하, 니가 우리집 신문 돌렸냐?"

         

        "빨리 신문값이나 줘... 도장하구"

         

6반 축구부 주장이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괜히 가슴이 뛰고 못된짓 하다가 들킨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습니다.

6반 주장이 건네주는 신문값을 받고는 후다닥 뛰어 나오려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비밀로 해줘..."

         

        "뭘? 너 신문 돌리는거?"

         

        "그래. 우리엄마 아시면 안된단 말야"

         

        "너 무슨 나쁜짓했구나?"

         

        "아냐 그런거... 남자대 남자로 부탁하는거야. 비밀로 해줘"

         

        "생각해 보지"

 

후다닥 6반 주장네 집에서 뛰어나왔습니다. 내가 들고있는 신문영수증 꾸러미가 왜이렇게

밉게 보이는건지 모르겠습니다. 6반 주장이 건네준 돈을 손으로 꽉 쥐었다가 허리에 찬 전대에

막 쑤셔 넣었습니다. 그아이가 비밀을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수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연수네 집만 마치면 되는데 초인종을 누르기가

겁이 납니다. 살짝 골목에 숨어 연수네방 창문이 열려있는가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연수는

없는지 창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래도 돈을 받아가야 하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수네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초인종 누른곳에서 누구세요하는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행히 연수가 아닌것 같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일해주시는 아줌마 목소리인것 같습니다.

 

        "신문값 받으러 왔습니다. 도장하구 가져오세요"

         

        "조금만 기다려요..."

 

아줌마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시간은 참 안가는것 같습니다. 드디어 아줌마가 문을

덜컹 열고 나왔습니다. 나는 혹시 아줌마가 나를 알아볼까봐 고개를 푹 숙이고 건네주시는

돈을 받고 도장을 꾹 찍었습니다. 그리곤 들킬새라 안녕히계시라고 인사를 꾸벅한 다음

보급소까지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허리에 찬 전대에서 짤랑짤랑 동전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연수가 보진 않았지만 아직도 가슴은 두근두근거립니다.

이런 난처한 일 말고 연수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몇일전에 연수와 같이 영화를

보았을때 처럼 말입니다.

 

나는 보급소에다 소장님께 수금한 돈을 드리고나서 다시 연수네 동네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예전에 연수를 만났던 곳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극장앞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벌써 한시간이 흘러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연수를 만날수 없을것 같습니다.

연수를 만나면 해줄 인사말도 다 생각해 뒀는데...

 

터덜터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내내 수금때문에 많이 걸어다녔더니 다리가

아픕니다. 그것보다 연수네 집 앞에서 연수를 보지 못한것이 더 아쉽습니다.

 

        "야, 한민우"

         

        "일만이 니가 웬일이냐?"

 

동네어귀에 들어서자 일만이가 나를 급히 부릅니다.

 

        "선생님이 임시소집일날 빗자루 가져오라구 그랬지?"

         

        "응... 그런데 왜?"

         

        "내일이 임시소집일이잖아. 그런데 뭘 가져가야 되는지 몰라서 한참 생각했어"

         

        "내일이 임시소집일이야?"

         

        "넌 그것두 모르고 있었냐?"

 

그러고 보니 방학중에 하루 임시소집일이 내일이었습니다. 갑자기 나는 기운이 솟았습니다.

임시소집일은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나오는 날입니다. 그러면 내일은 연수를 학교에서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짜식, 고맙다"

         

        "고마워? 뭐가?"

         

        "하여간 고맙다"

 

나는 밤새 내일 만날 수 있는 연수생각에 잠이오지 않았습니다. 누렁이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밤늦도록 컹컹 짖어댑니다.

 

 

        "무슨 소집일날 이렇게 일찍가니? 아침도 안먹고"

         

        "일찍오라그 그러셨어요 선생님이... 다녀오겠습니다."

         

        "얘, 민우야... 빗자루 가져가야 한다면서?"

         

        "아참, 내정신좀 봐... 헤헤"

 

나는 빗자루를 손에들고 정신없이 학교로 뛰었습니다. 날씨는 좀 추웠지만 연수를 만난다는

생각에 추운줄 몰랐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무도 와있지 않았습니다. 내가 너무 일찍 나왔나 봅니다. 나는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털썩 주저않아 연수가 올 정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지나고 아이들이 한명 두명 학교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야, 한민우. 너랑 같이 가려구 니네집에 갔더니 벌써 갔다구 하더라?"

         

        "응... 그냥 일찍 왔어..."

 

일만이가 학교로 와서는 내 옆에 앉았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많아져서 운동장에서 재미있게

놀고있는데 연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놈은 왜 빗자루도 안들고 오냐?"

         

        "누구?"

         

        "6반 축구부 주장"

         

        "어디?"

 

갑자기 축구부 주장이 왔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괜히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것

같습니다. 정말 6반 주장은 빈손으로 학교에 왔습니다. 오늘 저애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야... 왔다"

         

        "또 누가?"

         

        "니 짝꿍"

         

        "정말?"

 

정말로 일만이가 가르키는 곳에 연수가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연수는 나를 아직 못봤는지 다른여자애들과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나는 연수에게

다가가기가 부끄러워서 멀찌감치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다 모이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각자 청소할 장소를 정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줄을 너무 뒤에서서 연수가 청소하는 학교화단 청소조에 끼지 못했습니다.

 

        "야, 김일만"

         

        "왜?"

         

        "너 나랑 청소구역 바꾸자. 너 화단청소지?"

         

        "넌 어딘데?"

         

        "화장실"

         

        "싫어..."

         

        "친구 좋다는게 뭐냐?"

         

        "지금부터 넌 내 친구가 아냐"

         

        "내가 집에가면 구슬 줄께"

         

        "몇개?"

         

        "한개"

         

        "애개..."

         

        "그럼 다섯개"

         

        "10개주라"

         

        "알았어... 그럼 바꾼거다?"

         

        "꼭 줘야돼?"

         

        "알았어 임마"

 

나는 연수가 청소하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여자아이들과 같이 있어서 나는

곁에 가기가 창피했습니다. 괜히 연수 옆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아이들이 다른곳으로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 민우야?"

         

        "헤헤... 안녕? 잘 있었어?"

         

        "응. 너두 잘 있었지?"

         

        "응..."

 

짧게 인사를 마치고 다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나는 또 저 멀찌감치 떨어져야 했습니다.

청소를 대충 마치고 선생님께서 아이들 출석을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살짝 연수가 내 옆으로

오더니 다른아이들이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로 나를 불렀습니다.

 

        "민우야. 나 오늘 너희동네 구경시켜줘"

         

        "정말?"

         

        "응... 꼭 구경가구 싶어"

         

        "그래. 알았어"

 

나는 날아갈것같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는것도 듣지 못하다가

뒤에서 일만이가 나를 툭 치는 바람에 겨우 대답했습니다. 옆에서 연수가 환하게 웃어주고

있습니다. 몇일만에 봐서 그런지 더 이쁜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로 일만이와 나 그리고 연수가 같이 우리동네로

걸어갔습니다. 일만이는 영문도 모른채 신나서 걸어갑니다.

매일 집으로 돌아가던 길을 연수와 같이 가게될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연수에게 어떤 구경을

시켜줄지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생각했습니다. 우리집 누렁이도 소개시켜주고 장작불에 구운

감자도 줄겁니다.

날씨는 춥지만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것 같은 날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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