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따끈한 이야기 하나 (以熱治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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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여름 어느 고등학교, 우등생들만의 여름학기 보충수업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반마다 뽑힌 우수생들이라 수업 후 청소는 분단별로 맡기고 별로 신경쓰지 않으셨습니다. 잘 하리라고 믿고 말이지요.....
어느날 선생님은 일이 있으셔서 ’오늘은 청소 끝내고 알아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수업 후,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 모두 가버렸습니다. 청소는 아랑곳 없이... 저도 제일 먼저 도망친 한 명이었습니다. 가던 중 필통을 놓고 와 다시 교실로 가게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한 학생이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넓은 교실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그 녀석과 저는 방학 후에도 같이 점심을 먹는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 녀석 교실로 도시락을 들고 갔습니다.)
지금, 그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 저는 86년의 그 교실을 찾아갔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그 친구의 땀 흘리며 짓던 미소는 변하지 않고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17살의 짧은 생을 산 그 녀석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김 택상군! 군대 잘 갔다오기 바랍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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