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따끈한 이야기 하나 (以熱治熱)

인쇄

김주영 [yiukim] 쪽지 캡슐

2000-06-18 ㅣ No.2122

 

 86년 여름  어느 고등학교,

우등생들만의 여름학기 보충수업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반마다 뽑힌 우수생들이라 수업 후 청소는 분단별로 맡기고 별로 신경쓰지 않으셨습니다. 잘 하리라고 믿고 말이지요.....

 

 어느날 선생님은 일이 있으셔서

’오늘은 청소 끝내고 알아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수업 후,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 모두 가버렸습니다.  청소는 아랑곳 없이...

저도 제일 먼저 도망친 한 명이었습니다.

가던 중 필통을 놓고 와 다시 교실로 가게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한 학생이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넓은 교실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그 녀석과 저는 방학 후에도 같이 점심을 먹는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 녀석 교실로 도시락을 들고 갔습니다.)

 

 지금,

그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

저는 86년의 그 교실을 찾아갔습니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그 친구의 땀 흘리며 짓던 미소는 변하지 않고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17살의 짧은 생을 산 그 녀석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김 택상군!

군대 잘 갔다오기 바랍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