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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우리가 의식하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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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glara68] 쪽지 캡슐

2003-03-23 ㅣ No.3494

 

돈 많고 권력있는 핫산은  스승 압둘 에펜디 밑에 들어가 수양을 쌓기 위해서  돈과 지위를 모두 버렸다.

그러나 스승 밑에서 계속했던  공부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스승은 아직도 그가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다면서  심하게 꾸중을 했다.

이전에 핫산이 속해있던 높은 계급이나  그가 누리고 있던 특권의 잔재가  아직도 그의 의식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그에게 작은 교훈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승은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 가서 양의 내장 40킬로그램만  사오도록 하여라. 반드시 네 등에 메고 와야 한다."

핫산은 즉시,  마을 끝에 있는 시장으로 달려갔다.

시장에 도착하여 내장을 산 뒤  등에 메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짐승의 내장에서 떨어지는 핏물은 핫산에게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얼룩을 만들어 놓았고  그런 흉한 몰골로 마을을  가로질러 돌아가야 하는 핫산은  난감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마을에서는 아직도 그를  돈 많은 세력가로 알고 있었으므로  길에서 마을 사람들을 마주치게 될 때마다

핫산은 큰 고역을 치루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관한 척, 태연한 척 하느라고 애를 썼지만,  핫산은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원으로 돌아왔을 때,  스승은 내장을 부엌으로 가지고 가서  요리사에게 전해주고

모든 제자들이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수프를 끓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요리사는 그렇게 많은 양의 내장을

끓여낼 만한 큰 냄비가 없다고 말했다.

"그게 문제란 말인가?"

제자를 바라보면서 스승이 말했다.

"정육점에 가서 큰 냄비를 빌려달라고 하거라."

정육점은 마을의 반대편 끝에 위치해 있었다.

핫산은 여전히 머리에서 발끝까지  짐승의 피로 얼룩이 진 채  이번엔 반대쪽으로 마을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길에서 사람을 맞추 칠 때마다,   핫산은 또 한번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핫산은  스승이 시킨대로 커다란 냄비를 가지고 돌아오자  이내 더러워진 몸을 씻으러 갔다.

얼마후,스승은 핫산을 다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다시 시장으로 가보도록 하여라.

그리고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혹시 등에 내장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지 물어보도록 해라.

핫산은 스승이 시키는대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얼마 전에  등에 내장을 지고 지나가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핫산이 사원으로 돌아오자,

스승은 이번에는 정육점으로 다시 가면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하라고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피로 얼룩이 진 채  큰 냄비를 들고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핫산이 이 얘기를 스승에게 전했을 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너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는 사람들이 네 모습을 보고  비웃고 있었으리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아무도 네 모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네 스스로가, 네 시선을  남의 시선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저녁이 되자, 스승은 큰 잔치를 베풀고  모든 제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 마음껏 들라. 이 음식은 핫산의 자존심과  명예가 녹아있는 수프이다."

이 음식이 핫산의 자존심과 명예가 녹아있는  수프라는 스승의 말은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핫산은 모든 모욕을 참아내고,  오만함의 저 마지막까지 모두 쳐내는 용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하루 하루를 오만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만함이란 사실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내리는 판단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특별한 감정일 뿐이다.

그들은 극도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 같은  비판적인 시선을 들이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비판적 시선은 그들의 초자아로부터 오고,  형성된 그들 초자아 뒤에는

그들의 부모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선은  바로 그들 안에 숨어있는 초자아가

보내고 있는 시선이며, 자신들 역시  누구로 부터인가 판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자기를 판단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뿐인데 말이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남의 시선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자신의 시선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느끼고 있는 그대로  세상은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를 받아들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정직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세상 역시, 우리의 정직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도둑놈이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의심과 불신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의식하고 있는가를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선이

바로 우리가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의 질과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출처 : Again☆꼬리치는 (다음 카페)

 

bgm.  Invisible Love, Yuhki Kuramoto

 

-여기까지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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