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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머니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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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04-06-09 ㅣ No.3827

어머니와의 이별

 

 올해 정월 초 팔순의 어머니가 고된 삶을 마치셨다. 사망신고가 한 달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기에 구청으로 갔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구청 직원과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돌아가신 지 삼년이 지났네요? 과태료를 내셔야겠어요. 왜 바로 신고 안 하셨어요?" 구청 직원의 물음에 어르신은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답했다.

 "차마 어머니를 호적에서 지울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보니 벌써 삼년이 지났네요. 사망 신고 안하고 그냥 두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사망 신고하고 이제 그만 잊어버라ㅣ자며 성화하기에 이제야 나온 겁니다.

 

 뒤에 서 있던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망 신고서를 품에 넣고 그냥 되돌아 나오면서 어르신과 인사를 나누었다."

 

 "사망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다시 오실 리 없지만 호적에서마저 지워 버린다면 어머니를 영원히 잊어버릴 것 같은 죄책감에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늦어 버렸습니다.

 과태료 몇 만원을 어머니 은혜에 감히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손자까지 둔 반백의 어르신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3년이 지나 사망 신고를 하며 애틋함에 눈시울을 붉히는데, 고작 몇 만원의 과태료를 물까봐 부랴 부랴 사망 신고를 하려던 나는 차마 어머니 영전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가 가신 뒤에 효자는 있어도 살아 생전 효자는 없다지만 그 어르신은 아마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더 지극 정성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안 계신 어머니께 못다 한 효도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어머니, 불효자는 면목이 없습니다.

 

-좋은생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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