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예수님의 편지(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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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3-29 ㅣ No.9010

오늘 아침 네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나의 포근한 햇빛으로

너의 방을 가득히 채워 주었지.

사실 나는 네가 " 안녕하세요 "하고 내게 인사해주기를 바랐는데

너는 하지 않더구나.

아마도 너무 이른 아침이라 나를 미처 알아보지 못했나 보다고 생각했단다.

네가 방문을 나설 때 난 다시 한번 너의 관심을 끌어 보려고

가볍고 부드러운 미풍으로 네 얼굴에 키스해 보았고

꽃내음 가득히 향기로운 숨결로 네 주위로 다가갔지.

그리고는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을 통해 나의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

얼마 후 난 네가 네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지.

정말이지 난 기다렸는데 넌 계속

나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고 네 말만 하더구나.

오후에는 네게 신선한 소낙비를 보내면서 반짝이는 빗방울로 네게 신호를 보냈지.

거기다가 네 관심을 끌어 보려고 천둥으로 한 두 번 소리 지르기까지 했단다.

그리고는 솜털같은 새 하얀 구름 사이로 널 위해 아름다운 무지개도 그려 보았지.

그러면 네가 나를 쳐다 보겠거니 했는데도 넌 나의 현존을 깨닫지 못하더구나.

네가 하루를 마무리 지을 저녁부터 난 네게 고운 석양을 보냈고

그 후엔 나의 별들을 통해  네게 수 천 번 윙크를 보내며

나를 알아보고 한번쯤이라도 내게 윙크해주기를 바랐단다.

하지만 넌 결코 아무 것도 하지 않더구나.

밤에 네가 잠자리에 들 때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하여

난 네 얼굴에 달빛을 비춰 주었고 네가 잠들기 전에 잠깐 만이라도

나와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지만 너는 한 마디도 하지 않더구나.

난 정말로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밤새도록 잠든 너를 지켜 보면서

아마도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내게 반가운 인사를 하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단다.

 

늘 우리가 받고 있는 것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당연히 받아들였던 사실들을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미풍하나도 바람결하나에도 그분의 숨결이, 그분의 따듯한 사랑의 손결이었음을 이제사 생각해보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제 성목요 만찬을 진행하면서 그분의 발씻기심을 직접 눈으로 그렇게 가까이 본것은 처음이었기에 신부님의 겸손한 자세와 비누까지 사용해서 정성껏 발을 씻어 주시던 모습에서 울컥 눈물이 솟아났습니다. 그 모습에서 그분의 따뜻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진정 그분의 마지막 길이 얼마나 애절한 마음이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다 못전해준 그 사랑을 제자들의 발씻김을 통해서 그들도 이렇게 해 주기를 얼마나 애절하게 바라시면서 하셨을까? 아직도 그분의 아타까운 눈빛으로 제자들을 바라보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그러면서 고통이 얼마나 그분을 아프게 했을까 실로 느껴보지 못한 그분의 고통을 잠시나마 묵상할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심해져 오는 통증을 참지 못해 애쓰던 저의 모습이 얼마나 싫었던지요. 그 조그마한 고통을 참지못해 눈물을 보이던 자신이 얼마나 무능해 보이고 약해 보였던지요. 그러나 그 통증으로 인해 그분의 고통을 잠시나마 깊이 묵상할 수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그분은 늘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계시고 또한 바라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그분이 함께 하고 있음을 잊이않기를...

그리고 예수님의 편지에서처럼 당신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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