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그 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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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랑 [fineart] 쪽지 캡슐

2002-10-11 ㅣ No.4988

그분과 나

 

 

 

                            - 강석진 요셉 수사 -

 

 

 

  길을 걸으며 기도를 드렸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다 문득

 

  그분이 내 기도 듣고 계실까

 

  세상 한 쪽에선

 

  전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또 한 쪽에선

 

  굶어 신음하는 이들 아우성이 크기에

 

  그들 소리만 귀 기울이시겠지.

 

  아마도 내 기도는 들리지 않을거야.

 

 

 

  그런데 그분이 말씀 하셨어요.

 

 

 

  내가 흐르는 물소리를 유심히 귀 기울이듯

 

  스치는 바람 곁에 두 눈을 감듯이

 

  겨울 지낸 나무들의 새순들을 곱게 보듯

 

  나도 네 기도 소리를 듣고 있단다.

 

 

 

  길을 걸으며 투정을 부렸어요.

 

  왜 내 기도만 들어주지 않는지

 

  험한 길

 

  이렇게 계속 걸어가야만 할지

 

  혹시 길을 잘못 든 건 아닌지....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네 기도 만큼이나

 

  네가 사랑하는 이들의 기도 소리 함께 듣고 있다고

 

  힘든 네 한숨 소리엔 가슴이 여민다고

 

  내가 보여준 길 힘들어할까

 

  곁에서 사랑 불까지 밝혀 주었다고

 

 

 

  길을 걷다가 춤을 추었어요.

 

  나비도 춤추길래

 

  새들도 노래하길래

 

  나무, 꽃들도 하늘 기리길래

 

  더불어 춤을 춰 보았어요.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셨어요.

 

 

 

  나비의 춤은 애벌레 고통의 성숙이라고

 

  새들의 노래는 굶주린 겨울의 해방이라고

 

  나무, 꽃들의 하늘거림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환희라고

 

 

 

  그리고 내게도 말씀하셨어요.

 

  거짓 춤추지 말라고

 

  그리고 너를 먼저 사랑하라고

 

  지금 감춘 네 고통은 분명 기쁨이 될 거라고

 

  힘든 그 시간은 널 성숙시킬 거름일거라고

 

  희망으로 희망으로 네가 너를 껴안으라고

 

  마침내 내가 너와 함께 춤 출 그 날까지

 

  사랑하며 살라고

 

  살짝 눈물까지 흘리시며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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