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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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1999-11-05 ㅣ No.2013

출근길에 전철간에서 읽은 "야곱의 우물"의 오늘의 복음중 묵상이 인상적이어서

옮겨 봅니다. 꼰벤뚜알 성프란치스꼬회의 민성기 신부님의 글입니다.

 

복음을 읽으며 묵상에 눈이 더 가는 것이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손가락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복음 : 루가 16,1-8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는데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청지기를 불러다가  말했다. ‘자네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짓인가? 이제는 자네를 내  청지기로 둘 수 없으니  자네가

맡은 일을 다 청산하게.’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

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옳지, 좋은 수가 있

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줄 사

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우리 주

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기름 백 말이오.’  하

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어서 앉아서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 빚은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밀 백 섬

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팔십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

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

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

(루가 16,1­8)

 

●대학을 다닐 때 4년 동안 주일학교 선생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웃 본당 교사들과의 모임 때  공통적인 물음은 ‘왜 주일학교

선생을 하였는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어느

날 ‘주일학교 선생 2년’이라는 앙드레 지드의 연보를  보았지

요. 그래서 나는 지드처럼 2년간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나의 연

보에 ‘주일학교 교사 2년’이라고 기록하기 위하여 주일학교 선

생을 시작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2년간 주일학교 교사를 할 예

정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주일학교 교사를  4년이

나 하게 된 것이다. 대학시절에 했던  주일학교 교사생활 때문에

수도회에 입회하였고, 사제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

다. 언젠가 스치듯 보았던 지드의 연보  속에 나오는 ‘주일학교

교사 2년’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참으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가끔씩 작품을  읽을 때면

연보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혹 내가 해보았으면 하는  내

용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이렇듯  작가들의 연보를 눈여

겨보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연보를  보고 자신의 앞날을 계획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에서다. 아니, 적어도 나의 문서가 빚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라 아

름답고 의미있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살고 싶다.   

 

나에게 누군가가 희망을 걸고 있다.

 

♥ 주일학교/청년단체들 총회가 얼마 안 남았네요. 모두들 바쁘고 힘들겠지만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사랑합니다.   - St.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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