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였던 저는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따지기를 좋아했고 곧잘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곤 했습니다. 남들보다 12년이나 늦게 시작한 신학교 생활에서도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신학교 규칙과 저의 판단기준을 들이대며 신학생답게 살 것을 강요하곤 했지요. 물론 누구보다도 제 자신부터 규칙을 엄격하게 지켰지요. 그러다 보니 교수 신부님들에겐 모범적인 신학생으로 인정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동료 신학생들에게는 정반대였습니다. 언젠가 같은 학년의 동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님이 사는 모습은 정석이고 맞는지 모르지만 결코 따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자부해 온 저에게 그 말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제아무리 칭찬을 듣고 잘산다고 자부하면 무엇하나. 같이 사는 동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그때부터 제 모습을 돌아보며 변화를 시도했는데 저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따지는 습관부터 고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라며 여유를 가지고자 했지요.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성체조배를 하며 주님께 제 자신을 열어 보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제품을 받고 나서부터는 신자들로부터 ‘피곤한 사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취급받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매일 성체조배를 거의 빠뜨리지 않고 있는데 그 시간을 통해 주님께서 저를 조금씩 조금씩 새 부대로 변화시켜 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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