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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외침, 신앙인의 외침(연중 22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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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9-04 ㅣ No.7383

 

 

2001, 9, 4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루가 4,31-37 (회당에서 미친 사람을 고치시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고을 가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안식일이 되면 그들을 가르치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매우 놀랐다. 그분의 말씀은 권위가 있었던 것이다.

 

회당에는 더러운 귀신의 영을 지닌 사람 하나가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 나자렛 예수님, 당신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신은 우리를 없애려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분입니다."

 

그러니 예수께서는 그에게 "잠자코 그에게서 떠나거라" 고 하시며 꾸짖으셨다. 그러자 귀신은 그를 한가운데로 쓰러뜨린 다음 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그로부터 떠나갔다.

 

그러니 모두 몹시 놀라 서로 수군대며 말하였다. "이게 웬 말이냐? 이분이 귄위와 능력으로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들도 물러가는구나." 그리하여 그분에 관한 명성이 인근 각처에 퍼졌다.

 

 

<묵상>

 

고향 나자렛에서 배척당하신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고을 가파르나움에서 한 악령을 만나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악령은 한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가고 있었지만, 예수님을 만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악령은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애써 자신과 관계 없음을 드러내려 합니다.

 

"당신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악령의 사악한 계획과 행동은 이제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두절미하시고 "떠나라"고 악령에게 명령하십니다. 이제 악령은 아무 저항 없이(사실 예수님 앞에서 악령은 저항할 힘을 잃었기에) 자신이 기생해 왔던 사람, 그러나 자신이 주인처럼 행사했던 그 사람으로부터 떠납니다. 악령을 떠나게 한 힘이 바로 예수님의 권위입니다.

 

오늘날 모든 삶의 영역이 세분화되고 종교 역시 그중의 한 부분 정도로 치부되면서 신앙인들에게 수많은 질문이 밀어 닥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당신네들과 내가 무슨 상관 있소?"

"신앙인이면 다지 왜 정의다 사랑이다 강요하는 것이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오히려 행복하겠지만 신앙인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종교적 삶에 대한 쓰라린 자아 비판을 하도록 이끕니다.

 

"당신네들은 제대로 살고 있소?"

"당신네들은 당신네들의 믿음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소?"

"믿음을 가진 당신네들과 그렇지 않은 내가 도대체 다른 점이 뭐가 있소?"

 

정치에서건 경제에서건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인간은 거대한 사회조직의 하나의 부속품처럼 전락하면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상실하고 기계처럼 일상에 매몰되는 현실 앞에서, 종교가 하나의 기호품이나 고상하게 보이게 만드는 호사스런 장식품처럼 느껴지는 비참함에서 예수님의 힘과 권위, 그리고 외침을 떠올리게 됩니다.

 

세상은 하느님과 점점 더 단절되어 가는데 종교를 하나의 방편 삼아 그 안에 안주함으로써 공생이라는 이름으로 악의 무리와 타협하려는 속된 신앙인들을 보면서, 아직도 굳세게 주님의 현존, 그분의 사랑과 정의를 목청껏 외치다 돌팔매질 당하는 오늘날의 예언자들에게, 참된 신앙인들에게 열렬한 지지의 박수를 보내면서 나 역시 이들의 대열에 함께 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종교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위에 군림하는 전제군주는 아니지만 이들과 동떨어진 외딴 섬이 아니라 이 안에서 하느님을 드러내고 선포하며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나 역시 주님의 자그마한 도구가 되어 냉철함과 따뜻함으로 일상 안에서 주님 나라를 일구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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