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다라의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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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LANG] 쪽지 캡슐

2000-01-23 ㅣ No.1028

박노해 시인의 글중에 ’인다라의 구슬’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인생이 참 마음대로 되지않습니다.

세상이 참 생각대로 되지않습니다.

한때는 참 씩씩했는데, 자신만만했는데

내가 이리 작아져 보잘 것 없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작은게 아니라 큰 세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세상의 관계그물이 이다지도 복잡미묘하고 광대한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처음으로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대학입시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거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 이름... 이것의 이름을 알고난 후부터 입니다. 뜻대로 되지않아 앓아누워 울고있을때에 나의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마저 위로가 되지않았습니다. ’이제부턴 나 자신의 몫이다’ 라고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머니 마저도 친구마저도 내 고민을 함께 할순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을때 마치 컴컴한 절벽을 마주한 느낌처럼, 꽁꽁시린 발이 마비 되어오는 싸늘한 감각처럼, 그렇게 내 머리속이 오그라드는 것이었습니다.

한때는 그래, 정말 씩씩했는데. 세상을 집어 삼킬듯 자신만만 했었는데....

내 자신이 너무 작아져 보잘것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위의 시가 무어라고 말하여 줍니다.

내가 작은게 아니라 큰 세상을 알게된 거라고. 원래부터의 나는 그대로인데 이제야 더 큰 세상이 있음을 알고 상대적으로 내가 작아보인것임을.

그렇습니다. 비로서야 ’사회’ 라는 커다란 세상을 만난 나에게, 아니 지금 힘겨움에 지쳐있을 수험생 이라는 이름의 우리에게 잠시동안 고통 이라는 선물이 내려진 것일 겁니다. 그리고 또다른 고통의 선물을 안고있을 누군가가 분명 우리 주위에도 있을겁니다.

 

 아기새가 알을 깨고 나올때 처음으로 진통을 겪듯이 더 커다란 세상을 알아가면서 부득이하게 겪게되는 고통이라는 시련. 이것을 선물로 받아들일줄 아는 의연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시고

박노해라는 시인을 알게 해주신 서기원 비오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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