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민들레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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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maryfrances] 쪽지 캡슐

2003-02-05 ㅣ No.2648

민들레 꽃

 

길가의 자갈 가운데 소년을 짝사랑하는

돌멩이가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돌멩이한테 눈 한번 주지 않았다.

그저 꽃나무 앞에서나 머물다 떠날 뿐.

돌멩이는 저도 꽃이 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간절히 빌었다.

비로소 하느님의 응답이 있었다.

 "꽃이 되면 아픔이 있게 되는데

  그래도 꽃이 되겠느냐?"

 "네"

 "꽃이 되면 한해살이밖에 되지 않는데

  그래도 좋겠느냐?"

 "네"

돌멩이는 앉은 자리에서 풀꽃이 되었다.

드리어 소년의 눈길이 꽃이 된 돌멩이한테 주어졌다.

간혹.

그때부터였다.

꽃이 된 돌멩이한테 가슴앓이가 시작된 것은.

어찌나 심한지 나중에는 머리까지도 하얘져버렸다.

옆에 돌멩이가 말했다.

 "무엇하러 꽃이 되어서 그 꼴이 되니?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아픔이 없는 돌멩이가 낫지..."

꽃이 된 돌멩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비록 아프고 한해밖에 살지 못한다더라도

  사랑을 누누었다는 것이 중요해."

그러자 하늘로 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너의 갸륵한 마음을 길이 전하기 위하여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네 손은 번성하게 되리라."

바람이 민들레 꽃 씨앗들을 둥둥 실어 날랐다.

 

 정채봉님의 "나는 너다" 중에서

 

우리모두 잊혀진 얼굴들 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되기 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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