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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 떨어진 콧물...(철원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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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화 [ironflower] 쪽지 캡슐

2000-03-04 ㅣ No.657

누구나 배고프면 먹고싶은, 고픈배를 채워야겠다는 욕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난 왜 이런 내모습을 보면 초라해 보일까?

정말 걱정이다.

게다가 오늘은 국에 콧물을 빠뜨려버렸다.얼어있던 코가 따뜻한 국으로부터 모락모락오르는 김에 순간 녹아버리면서 나도 모르게 국에 쭉 늘어지면서 떨어졌다. 고참은 "짜식 조심해야지~~~~"라는 가엽다는 한마디 말뿐 놀리지도 않았다.

분명 그 고참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게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 한마디 말로 끝났을까...

그래도 밥은 먹었다. 왜냐면 배가 고팠기에...

밖에 있을때 그러니까 민간일일때는 단지 술을 마시기위해 수저를 들었으며 집에서 강요하니깐 넣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더 걱정되는건 전역후에도 한끼라도 거르게되면 성질내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그래도 사회에서는 콧물빠뜨리면서 먹지는 않으리라...

군에서 사소한것에 목숨건다는 게 바로 이런건가보다.

 

 

무척이나 후회가 된다.

좀더 일찍무터 메모를 시작했어야했는데....

예전에 시를 읽으면서 또 조금씩 쓰면서 순간순간의 아쉬움이 많았다.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는 조그만 수첩이 없다는 아쉬움..

기억해내고 싶지만 그러려고 애쓰지만 이 썩어버린 머리에서는 늘어진 그림지조차 나타나질 않으니...

그래서 더더욱 후회가 된다.

 

아침에 일어날때는 너무나도 기분이 찝찝했다.

꼭 입소대대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그런 기분...

왜 그랬을까?

어쩌면 오늘 아니 어젯밤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꿈속에서 집을 봤나보다.

가족을, 친구들을 만났나보다.

그래서 이렇게 찝찝할게다.

 

 

                                         

                                          1996년 12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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