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동성당 자유게시판 : 붓가는대로 마우스 가는대로 적어보세요

편안한 가정

인쇄

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2-28 ㅣ No.7359

 

가정은 참으로 중요한 자리입니다.

가정은 인류 문명의 근원지이자 인류 범죄의 근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말에도 ‘治國平天下는 修身齊家後’라고 하였습니다.


가정이 편하면 바깥일도 편한데,

가정이 편치 못하면 바깥일도 편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정치인이건 기업인이건 아무리 바깥일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가정생활이 원만치 못하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만큼 가정이란 자리가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편안한 가정이란 어떤 가정을 말하는가?


최고의 가정은

가족이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가정이라고 합니다.


최악의 가정은?

반대로 가족이 서로 미워하고 ‘저거 언제 죽나’하며

상대방이 죽기를 바라는 가정이 최악의 가정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노인부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잘나가던 분이셨고,

그래서 할머니는 명품으로 몸을 두르고 다니셔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꺼번에 받는 분들이었는데...

어느 날 여고동창모임에 갔다 오시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앉아 계셔서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왜 그러나? 니보다 더 예쁜 아가 있더나?” “No."

”그럼 니보다 더 잘 입은 아가 있더나?“ “No."

”그럼 니보다 더 잘 사는 아가 있더나?“ “No."

”그럼 와 그라노?“

그러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다른 건 다 좋은데 영감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건 나밖에 없더라.“


가족이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그런 가정은 우리가 바라는 꿈일 뿐,

실제로 그런 가정을 만들고 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저거 언제 죽나’하는 최악의 경우만 면해도 괜찮은 가정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럼 최상은 아니더라도 중간만이라도 가려면 가족 간에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건강한 가정 만들기 협회’에서 만든 수칙 하나를 소개하자면,

가족들이 건망증이 심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가정은 가족 개개인의 역사가 점철된 개인사이자 가정사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병적인 콤플렉스가 각기 다르다 보니

서로 상대방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것은 쉽게 잊어버리거나

혹은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준 상처는 물귀신처럼 기억하고

또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중에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그 가정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파탄의 조짐마저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잘 잊어버리는 건망증 환자가 될 때에

가정이 편안해진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어떤 노부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박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머리 아파하고 짜증을 냈는데,

어느 날 이 부부가 서로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대화를 나누더랍니다.

‘아니, 저것들이 매일 쌈박질을 하더니 뭔 대화를 저리도 재미있게 하누.

궁금한 동네영감님이 가까이 가서 들어 보니...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아무개예요.” “난 아무개요. 당신 맘에 드니 손잡고 갑시다.”


그렇게 일분쯤 가다가 다시 “뉘슈?”

“그러는 당신은 뉘슈?”하고 다시 손을 놓고 가다가

일분쯤 후에 다시 서로 묻고 손을 잡는 것입니다. 부부가 치매에 걸린 것입니다.


심리학자인 리차드 칼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건망증 환자가 되어 보라.

그래서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좋지 않은 기억을 잊어 보라.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당신 눈앞의 풍경이 확 달라 보일 것이다”

 

어떤 자매님께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난 후

마음이 너무 울적해서 친구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그날 싸운 것뿐만 아니라

옛날 고리짝이야기까지 낱낱이 들추어내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친구를 보니,

자기보다 더 성격 안 좋은 남편과 살고 있는 것으로 소문난

친구의 얼굴은 아주 편안해 보이는 것입니다.

갑자기 궁금해진 자매가

“넌 어쩜 그렇게 얼굴이 편안하니? 넌 마음이 괴롭지도 않니?” 했더니


친구 왈 “괴로운 일은 생각할수록 괴로우니까 잊어버려야 되는 것이야.

과거의 괴로운 일을 되새김질하는 건 두 번 당하는 꼴이거든.” 하더랍니다.


가정이건 어디건 나 혼자만 일방적으로 상처입고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마음 안에 문제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편안한 마음, 편안한 가정, 편안한 공동체를 만드는 방법은

억지로 사랑하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피장파장, 니나 나나 다 똑같은 문제아인데 뭘 그러나.

 다 잊고 살자.’하는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사제성인 말씀중에서 -옮김-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