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소중한 존재(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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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16 ㅣ No.3598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04-09-16)

독서 : 1고린 15,1-11 또는 2고린 4,7-15 복음 : 루가 7,36-50 또는 요한 17,11ㄴ-19

 

* 소중한 존재 *

그때에 예수께서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의 초대를 받으시고 그의 집에 들어가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다. 마침 그 동네에는 행실이 나쁜 여자가 하나 살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예수께서 그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신다는 것을 알고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예수 뒤에 와서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었다. 그리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발에 입맞추며 향유를 부어드렸다. 예수를 초대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이것을 보고 속으로 “저 사람이 정말 예언자라면 자기 발에 손을 대는 저 여자가 어떤 여자며 얼마나 행실이 나쁜 여자인지 알았을 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때에 예수께서는 “시몬아, 너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 선생님.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돈놀이꾼에게 빚을 진 사람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오백 데나리온을 빚졌고 또 한 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다. 이 두 사람이 다 빚을 갚을 힘이 없었기 때문에 돈놀이꾼은 그들의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그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그를 사랑하겠느냐?” 시몬은 “더 많은 빚을 탕감받은 사람이겠지요” 하였다. 예수께서는 “옳은 생각이다” 하시고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말씀을 계속하셨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내 발을 닦아 주었다. 너는 내 얼굴에도 입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맞추고 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주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라주었다. 잘 들어두어라. 이 여자는 이토록 극진한 사랑을 보였으니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네 죄는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예수와 한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속으로 “저 사람이 누구인데 죄까지 용서해 준다고 하는가?” 하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라.”
(루가 7,36-­50)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가면 어떤 광경이 벌어질까? 어떤 사람이 하늘나라에 가서 세 가지 때문에 놀랐다고 합니다. 첫째는 자기가 그곳에 있다는 것, 둘째는 자기가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이 와 있다는 것, 셋째는 그 사람은 꼭 올 것 같았는데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을 대할 때마다 아무리 그 여자가 예수께 정성을 다 쏟았다고 하지만 시몬만큼이야 되었을까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결국 용서라는 범주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십니다. 행실이 나쁜 여자이지만 예수께 용서받았다는 그 은혜가 더 크기에 그만큼의 큰 사랑의 행위를 예수님께 보여드린 것이고, 시몬은 예수님의 사랑이 당연한 것이기에 집에 오셨을 때 발 씻을 물도 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가끔 하나원에서 만난 후 사회 재정착 후 우리집에 들르는 탈북 여성들은 그저 자기들을 불러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집에 오면 청소도 하고 무엇이든 나를 돕고 싶으니 시켜만 달라고 합니다. 북한을 떠나 중국에 살면서 본의 아니게 행실 나쁜 모습으로 살아온 과거를 아는 이들은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저런 여자가 이 사회에 와서 과연 제대로 살까? 사회를 더럽히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던 그들이 “여러분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도 제외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을 너무 사랑합니다”라고 한 말이 그렇게 마음에 깊이 남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면 가장 먼저 수녀님을 찾아가서 인사도 하고, 맛있는 과일도 사드리고 싶다면서 바나나 한 송이, 자두(북한에서는 ‘추리’라고 합니다) 한 봉지, 수박 한 통 등 정성어린 선물을 사가지고 옵니다.
매일 아침 미사 때마다 예수께서는 부족한 제 마음에 성체로 들어오십니다. 단 한마디 거부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에 얼마만한 정성으로 보답을 드렸는지 반성합니다. 이러한 고민에 빠진 저에게 예수님은 조용히 속삭여 주십니다. ‘내가 보여준 그대로 너도 가서 그렇게 해라.’ 오늘 우리집에 환한 웃음으로 찾아온 여성이 예수님 발을 씻어주던 그 여인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 당신을 위해 내가 -

캄캄한 밤
등불도 없이
창가에 앉았으면
시리도록 스며드는
여울물 소리

먼 산
안개 어린 별빛에
소롯이 꿈이 이울어

깊이 눈감고 合掌하면
이밤새 더 밝게
타오르는 마음길

忍苦의 깊은 땅에
나를 묻어
당신을위해 꽃피는기쁨

어느 하늘 밑
지금쯤 누가 또 촛불켜
노래 날릴까

차운 밤 밀물소리
살포시 안개 속을
오시는 당신 위해

남은 목숨
고이
빛이 되는 사랑이여!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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