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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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4-09-19 ㅣ No.3607




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 - 애너 퀸들런 – “죽어가면서,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네.” 존 레논은 다코타에서 총에 맞기 전, 이런 구절을 적었지요. “당신이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동안 그대에게 일어나는 일이 곧 인생이다.” 이제 사람들은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영혼을 생각하며 사느니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쓸 일을 하는 편이 쉽겠지요. 하지만 추운 겨울날, 이력서는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슬프거나 낙심할 때, 쓸쓸할 때,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할 때, 의사가 차트에 ‘예후 나쁨’ 이라고 쓰는 상황에 처하면, 자랑스러운 이력서는 우리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나는 착한 세 아이의 좋은 엄마입니다. 바깥일이 아무리 급해도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으려고 노력하며 삽니다. 이제는 나를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나는 얼굴을 내밉니다. 귀담아 듣지요.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남편에게는 좋은 친구입니다. 결혼식 때 서약한 내용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얼굴을 내밀고, 귀담아 듣고, 웃으려고 노력하지요. 나는 친구들에게는 좋은 친구이고, 그들은 내게 좋은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들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난 목석 같은 인간이 되었을 겁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충고는 아주 간단합니다. 인생을 제대로 살라. 승진이나 고액 연봉, 넓은 집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삶이 아닌 진짜 인생을 살라는 뜻입니다. 어느 오후 심장 발작을 일으키거나, 샤워를 하다가 문득 가슴에 혹이 잡힌다면, 그때도 승진이나 고액 연봉, 넓은 집 따위에 목을 매겠습니까? 모래 언덕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멈춰 서서, 연못 위로 새가 날아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삶을 사세요.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 데 온 정신을 쏟은 아기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혼자가 아닌 삶을 살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으십시오. 그리고 사랑은 한가한 도락이 아니라, 일임을 염두에 두십시오. 졸업장을 볼 때마다, 아직도 내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매일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는 학생입니다. 이메일을 보내세요. 편지를 쓰십시오. 어머니를 꼭 껴안아보세요.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세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살기 바랍니다. 고개를 돌려 봄에 철쭉이 별모양의 꽃망울을 톡 터뜨리는 것을 바라봅시다. 추운 밤, 칠흑 같은 하늘에 은빛으로 빛나는 보름달을 봅시다. 그리고 삶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임을 깨달읍시다. 인생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맙시다. 삶이 좋다는 것을 깊이 느끼면 주위에 그 사실을 퍼뜨리고 싶어집니다.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데 쓸 돈을 자선 단체에 보내십시오.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에 가서 일을 거들어보세요. 빈민촌의 공부방에 가서 자원 봉사를 해봅시다.



우리 모두 잘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선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잘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입니다. 그웬돌린 브룩스의 시 구절을 명심하고 살아야 합니다. 작은 순간을 다 써버려라 곧 그것은 사라질 테니 쓰레기든 금이든 다시는 같은 겉모양으로 오지 않는다 나는 인생을 작고 소박하게 느낍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 수선화, 내 아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는 느낌, 남편이 램프를 켜놓고 책을 읽는 표정, 아이스크림,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 오만과 편견 』……. 인생은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긴 회색 시멘트 바닥 위에 반짝이는 작은 조각이 놓여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알게 되면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바쁘게 사는 생활에서는 그것을 저절로 알 수 없습니다. 삶의 여백을 만들고, 그걸 사랑하고, 사는 법, 진짜로 사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리허설이 아니며,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오늘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의 모든 선을 바라보고, 그 중 일부를 되돌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의 선이 있음을 의심 없이 믿기 때문입니다. 배운 것을 이렇게 다른 이에게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을 세상에 되돌려주려는 노력의 일부입니다. 인생을 너무 낙관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말합니다. 들판의 백합화를 봐라. 아기 귀에 난 솜털을 봐라. 뒷마당에 앉아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어라.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라. 인생을 곧 막이 내릴 무대로 여겨라. 그러면 기쁨과 열정을 품고 인생을 살게 될 테니까. 그런 마음으로 살면 사는 것처럼 살게 될 테니까.





오래 전 코니 아일랜드의 바닷가 산책로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장 훌륭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12월이었습니다. 해변가의 산책로에 그와 나란히 앉았지요. 다리를 바닷가 쪽으로 내밀고 말입니다. 그는 계절에 따랄 어떻게 사는지 말했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바닷가에 인적이 끊기면 큰 길에 나가 구걸을 하고, 기온이 영하고 떨어지면 교회에서 잔다더군요. 경찰과 비바람을 피해가며 그렇게 산다고요. 하지만 대개는 산책로에 나와,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신문을 읽은 다음 몸에 덮어야 될 만큼 추운 날에도 바다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지요. 왜 노숙자 쉼터로 가지 않았느냐고. 병원에 가면 검사를 받으을수 있을 텐데 왜 안갔느냐고. 그러자 그는 바다를 응시하며 말했습니다. “저 풍경을 봐요. 아가씨. 저 풍경을 보라구요.” 나는 매일, 어떤 방법으로든 그의 말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풍경을 보려고 애씁니다. 그뿐입니다. 주머니에 동전 한 푼 없고 갈 곳도 없는,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사람에게 얻은 지혜를 실천하려 애씁니다. 저 풍경을 보라…….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늘 만족감이 밀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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