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임상 북한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져서 두 차례 다녀왔는데, 첫번 방문 때는 겨울이어서 밤이 짧은 때였습니다. 저녁식사로 평양에서 유명하다는 단고기집을 갔는데 적어도 남조선 종교인들을 대접할 정도의 식당이면 왠만한 식당은 아닐 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는 도중에 갑자기 정전이 되었습니다. 함께 간 일행 중 북측 관계자 되는 분이 즉시 ‘불키라, 불키라’ 하고 외치고 나니 잠시후 불이 들어왔습니다. 이러기를 세 차례 하였습니다. 모두가 웃었지만 순간 북측 관계자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생각이 들어서 모두들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완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빛이라고는 한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온 차량의 불을 밝히자 겨우 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 어둠, 아무런 형체도 볼 수 없는 상황`…. 마치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 어둔 밤을 걸어야 하는 우리 동포들에게 하루빨리 광명의 날이 오기를 빌었습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작은 불씨나마 지필 수 있는 역할이 되도록 기도했습니다. 등불을 등경 위에 얹어놓아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볼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불씨를 합쳐서 평양은 물론, 북한 전지역을 환한 빛으로 비출 수 있는 마음들이 우리 각자 안에 자리잡기를 기도했습니다. 정치·이데올로기·사상을 떠나 ‘그냥’ 우리는 하느님의 같은 피조물이고 한민족이기에 서로의 빛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맞이했던 어둔 밤은 답답함·불편함이 아닌 가끔씩 나태해지려고 할 때 내 마음 안에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불씨를 서둘러 지필 수 있는 체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들 안에도 주님께서는 머물고 계실 것이고, 그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선한 마음을 넣어주셨습니다. 그 선함이 빛을 발하며 살도록, 그렇게 되는 날이 어서어서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어두움에 빛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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