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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앙상담] 아 어쩌나-평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홍성남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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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4.10.164.*]

2011-04-02 ㅣ No.9419

 
 
Q. 제 마음 안의 분노와 인색함, 질투 같은 나쁜 감정들을 없애버리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어떤 분은 기도하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감정을 잘라내면 된다고 하는데, 잘 안 되더군요. 새로운 방법이 있나요?
 
A. 분노나 질투심, 인색함과 같은 감정은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우가 그런 감정을 마음 안에서 모두 없애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자매님이 알아야 할 몇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가진 감정은 다 그 존재 이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분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자존감을 갖도록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만약 사람들 마음에 분노가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누가 와서 손해를 끼치거나, 사기를 치고 폭력을 행사해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자매님 자녀가 그런 삶을 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무리 마음의 평화가 좋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피해를 입고 산다면 "너는 왜 매일 바보같이 당하고 사냐"며 화를 버럭 낼 것입니다.
 
분노는 자기방어와 자기생존을 위해 필요한 감정입니다. 또한 분노는 세상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욕구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분노가 없다면 세상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는 욕구 역시 그 힘을 잃고, 그저 통치자가 하자는 데로 따라 하는 노예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분노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정입니다. 또 인색함은 어떤가요. 배우자가 인색한 마음이 없어 누군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해주고, 보증까지 선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배우자가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들까요? 당연히 마음이 편치 못해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수도원이나 가지 왜 결혼했느냐"며 바가지를 긁을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슬픔의 감정이 힘들다고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슬픔 역시 자신의 마음을 잠시 쉬도록 해주는 감정입니다. 만약 사람이 아무런 슬픔이 없다면, 그래서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긍정적이 된다면 세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현실적이지 않은 지나친 긍정에서 오는 망상증 환자들로 가득찰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비록 불편함을 느끼게 할지는 몰라도 사람이 가진 모든 감정은 건강하게 살도록 하느님께서 배려해주신 '은총의 산물'입니다.
 
둘째, 사람이 가진 감정은 심근 즉, '마음의 근육'이라고 합니다. 몸의 근육들이 건강하려면 운동을 하고 모든 근육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특정 부위 근육만으로 운동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신체 부위 운동을 게을리한다면 운동하지 않는 부위는 근육무기력증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몸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편한 감정만 사용하고 편치않은 감정에 대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런 감정 역시 무기력 감으로 변질될 겁니다. 따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이라 할지라도 일단 사용하는 것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좋습니다.
 
그런데 왜 모든 종교에서는 이런 감정에 대해 배타적인 것처럼 가르칠까요? 사실은 감정 자체를 부인하고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양을 조절하라는 가르침입니다. 감정이란 너무 부족해도 안 되지만, 넘쳐도 안 되기에 절제를 하라는 것인데, 이를 잘못 알아들어 여러 가지 무리를 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너무 힘이 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감정 절제를 잘하기 위해서는 감정 해소를 잘해야 합니다.
 
'분노'의 예를 들겠습니다. 분노란 감정은 마음에 품은 시간이 길수록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고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분노가 생겼을 때는 바로바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회심리학자 모리 박사는 화가 났을 때는 길을 걸어가면서 중얼거리며 화를 풀었다고 합니다. 분노를 말로 표현해 분노의 감정을 배설했던 것입니다. 또 샌드백을 두드리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좋습니다.
 
그렇게 마음 안의 분노가 배설되고 나면 비로소 상대방과 대화하고픈 마음이 들거나,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옛날 교리를 배우신 분들이나 어린 시절 지나치게 경직된 유교관이 몸에 밴 분들입니다. 이들은 분노를 해소하는 행동이 당신들 삶의 방식과는 달라 그저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을 사람의 방어기제 중 하나인 억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억압하고 사는 분들은 겉으로는 참을성이 있다는 칭찬을 들을지 몰라도 마음과 몸이 쉽사리 지쳐 병에 걸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착하디 착한 사람인데 왜 암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든가 '하느님도 무심하시지'하는 말을 듣는 분들은 대부분 이 억압이란 방어기제를 오랫동안 사용해 병을 키운 분들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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