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그 사 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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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4-24 ㅣ No.9083

 

 

 

 

** 그 사람 **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얇은 산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이 지어 준

 

작은 강마을 작은 흙집에서 살며

 

그 집 그 방에 달빛이 새어 들면

 

달빛으로 시를 쓰고

 

해와 달이 별과 사람들이 찾아와

 

밥 먹고 놀고 잠자고 가는 집

 

아침에 새들이 불러 잠 깨우면

 

아침 이슬을 털며 들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 쉬고

 

눈 맞으면

 

어깨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사람

 

아,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이 세상을 다 갖고

 

이 세상에 꽃 다 져도

 

늘 피는 강길 산길 들길을 가진 사람

 

긴 고독과 오랜 적막과 고요를 가진 산이 되어

 

어린 산들을 데리고 걷는 사람이 있다네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들꽃같이

 

산그늘 끌어다 덮고

 

꽃같이 행복하게 그는 산다네

 

그 사람 그런다네

 

- 김 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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