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그 사 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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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 **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얇은 산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이 지어 준
작은 강마을 작은 흙집에서 살며
그 집 그 방에 달빛이 새어 들면
달빛으로 시를 쓰고
해와 달이 별과 사람들이 찾아와
밥 먹고 놀고 잠자고 가는 집
아침에 새들이 불러 잠 깨우면
아침 이슬을 털며 들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 쉬고
눈 맞으면
어깨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사람
아,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이 세상을 다 갖고
이 세상에 꽃 다 져도
늘 피는 강길 산길 들길을 가진 사람
긴 고독과 오랜 적막과 고요를 가진 산이 되어
어린 산들을 데리고 걷는 사람이 있다네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들꽃같이
산그늘 끌어다 덮고
꽃같이 행복하게 그는 산다네
그 사람 그런다네
- 김 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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