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철수의 하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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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건 [shinnara] 쪽지 캡슐

2002-08-13 ㅣ No.4862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2002-08-13)

독서 : 에제 2,8-3,4 복음 : 마태 18,1-5.10.12-14  

 

 

철수의 하루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대답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나를 받아들이듯이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너희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하늘에 있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너희의 생각은 어떠하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아흔아흡 마리를 산에 그대로 둔 채 그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 양을 찾게 되면 그는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오히려 그 한 마리 양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망하는 것을 원하시지

않는다.”

(마태 18,1-5.10.12-14)

 

 

  철수는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 싫었습니다. 1분만 더 잘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는데 엄마는 기어코 일어나라고 몇 번이나 재촉을 합니다. 세수할 때도 칫솔질은

몇 번 이상 해야 합니다. 아침에 먹는 밥과 반찬도 엄마가 옆에서 일일이 일러줍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꼬치꼬치 묻습니다. 점심엔 무슨 반찬을 얼마나 먹었으며

밥은 또 얼마나 먹었는지 답해야 합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야단은 맞지 않았는지,

공부시간엔 영철이보다 더 잘했는지’…. 엄마는 잊지 않고 챙깁니다.

 

 엄마의 심문 아닌 심문이 끝나면 정말 바쁜 하루가 철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쏜살같이 한문 과외를 다녀와서 컴퓨터 학원에 가야 하고, 저녁엔 로버트 선생님의 영어

과외가 또 있습니다. 요즘 엄마는 철수의 산수 실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 과외도 할 참입니다.

 

 오늘은 주말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토요일엔 거기에 피아노 과외까지 있습니다.

철수는 정말 몸이 몇 개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에 쫓기며 숨이 차게 삽니다.

엄마는 그래도 불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철수의 마음속에서 독버섯 같은 것이 자라고 있는 것을 철수 자신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철수는 엄마가 싫어져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때로는 거짓말로

난처한 경우를 모면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눈길이 마주치는 것도 피했습니다.

 

 그전엔 엄마 품에 안기면 엄마 냄새가 그렇게 좋았는데 이제는 엄마 곁에 가게 되지

않습니다.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철수가 죄를 짓게 한다는 것을 까맣게 모릅니다.

하느님은 어린이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어른같이 만드는 일에만 신경을 씁니다.

 

최종률(언론인. 서울대교구 방배4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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