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의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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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건 [shinnara] 쪽지 캡슐

2002-08-23 ㅣ No.4887

아래 글은 사목지 8월호에 실린 차동엽 신부님의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의 신학적 자리매김』에서 발췌한 글이다.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

 

  첫째, 소공동체는 교회의 기반 조직체이고 레지오 마리애는 교회의 특수 목적 사도직 수행 조직체이다. 전자가 교회의 존재(being)에 비중을 둔 조직체 유형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교회의 사명 수행(doing)에 비중을 둔 조직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소공동체가 교회의 존재 방식(The question of being:How to exist)에 대한 대안이라고 한다면 레지오 마리애는 교회의 사명 수행(The question of doing:What to do)에 대한 대안인 것이다. 곧 소공동체는 최적의 교회 존속을 위한 교회의 기반 조직체로서 의의를 지니는 반면 레지오 마리애는 그렇게 존재하는 교회가 역점을 두어 수행해야 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결성된 특수 목적 조직체로서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존재(being)가 행위(doing)에 우선하며 행위의 기반인 것과 같이, 엄밀히 말해서 소공동체가 레지오 마리애에 우선하는 존재 기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소공동체는 전신자의 문제요 레지오 마리애는 가입 의사를 지닌 특정 신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는 상호 대체 불가능하며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다. 레지오 마리애가 소공동체 조직으로 흡수되어 소공동체가 레지오 마리애 체제를 취하는 것은 존재 방식 또는 존재 기반을 등한시하고 목적 추구만을 강조하는 기형적 현상을 낳을 위험이 있다. 또한 소공동체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고 레지오만을 강조하는 본당의 사목 정책도 같은 위험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소공동체만을 강조하고 레지오를 등한시하거나 해체하는 조치는 교회의 다양한 사도직 활동(apostolic action)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셋째, 본당에서 발생하는 이 양자의 경합 또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양자택일의 방식을 피해야 한다. 사명 수행(doing)은 존재(being)의 기반이 탄탄할 때 제대로 이루어지고, 존재(being)는 사명수행(doing) 으로 보람을 누린다.

 

  넷째, 조직적인 면에서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는 원칙론적으로 상호 제휴나 통합을 배제한다. 조직적인 면에서 볼 때 소공동체는 본당-교구의 교계 체제에 예속되는 반면 레지오 마리애는 그 밖에 있는 꾸리아(Curia)- 꼬미씨움(Comitium)-레지아(Regia)-세나투스(Senatus)-꼰칠리움레지오니스(Concilium Regionis)에 예속되어 있다. 곧 전혀 다른 지휘 계통의 조직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공통 목표를 접촉점으로 하여 한 영역 안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양자는 적절한 상호 배합이나 변형을 원칙적인 면에서는 서로 허락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경계선을 지니고 있다.

 

  다섯째,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이 요망된다. 엄밀히 말해서 교회의 사도직 수행(apostolic action) 단체는 레지오 마리애 외에도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MBW(Movement for Better World), 성령 쇄신 봉사회(Charismatic Movement), 꾸르실료(Cursillo), 포콜라레 (Focolari), CLC (Christian Life Community), ME(Marriage Encounter), 네오카테쿠메나토(Neo- catecumenato), 지속적인 성체 조배회, 빈첸시오, 연령회(선종 봉사회), 성모회 등이 있다. 이들은 교구 또는 본당 차원에서 교회의 사명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직체들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의 본당 사목에 도입되어 거대한 조직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본당 사목에서 풍요롭고 다채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사실 타사도직 단체들도 사목적인 지원을 균형 있게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질에 부합하고 형평성을 갖춘 교회의 조직 운용을 위해서는 위에 제시된 원론적인 제안들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애당초 이 글이 지니는 한계였음을 아쉬워하면서, 향후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위해 미천한 토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맺는다.

 

차동엽 신부(인천교구 사목연구소장/인천가톨릭대학 교수)

 

-이 글은 2002년 6월 12일 서울대교구 주최, ’소공동체와 레지오의 협력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와 7월 1-3일 대전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2차 소공동체 전국 모임’에서 발표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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