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가을 단상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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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환절기라 그런지 돌아가시는 분이 참 많습니다. 이번 주만 벌써 장례미사를 세번 했지 뭡니까?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죽으면 하늘 나라에서 하느님을 만날텐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슬퍼하며 우는 것일까?" 참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별이 무엇인지 모르는 철없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때로 그렇게 철없는 아이의 생각에 진리가 담겨 있는 듯 싶습니다.
어제는 30세 밖에 되지 않는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1남 5녀 중 막내 아들이었지요. 그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일 수 밖에 없겠지요. 제가 주례를 했습니다. 강론 때 어디에서가 보았던 어머니의 심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 있어읽어드렸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의 마음 속에 남았나 봅니다. 어떤 분이 이 공간에 좀 올려달라 기에 이렇게 올립니다.
" 너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슬퍼한다. 내 말이 여전히 네게 다다를 수 있을 지 알 수 없구나! 이제 너는 나의 도움을 더 이상 필요로하지 않겠지. 내 느낌은 공허할 뿐이란다. 나의 한 부분이 너와 함께 죽었단다. 그래도 너는 내 가까이에 여전히 남아있단다. 아직도 나는 너의 따스한 온기를 체감한다. 마치 해가 서산에 넘어간다 해도 돌로된 벽은 얼마동안 그 온기를 간지하듯이, 나 또한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단다. 아직도 난 너의 말을 들으며 낮은 소리로 ’엄마’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이제까지 우리는 함께 살았었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되었단다. 서로 위해주고 서로를 염려해주는 일도 이제 그만 두어야겠지. 이제는 그 뒷 얘기와 생각만 할 뿐이다. 생이 얼마나 짧은지, 너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누가 헤아려 볼 수 있을까? 수 많은 귀중한 순간들을 내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나는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단다. 내 생각은 너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것에 맴도는구나. 이제 더 이상 너를 중심으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겠구나.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나는 알고 있단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삶의 의미를 하나씩 곱씹으며 깊이 있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길 빕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시나이까?"(시편 8편)
박 요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