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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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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sungil78] 쪽지 캡슐

1999-11-11 ㅣ No.2106

거리에서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구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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