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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복음화세미나]그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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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 [SMART73]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598

 어제 ’가정 복음화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서 저녁 미사후 잠깐의 여유 시간 동안 성당안에 어머니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미사후 신자들이 많이 돌아가시더라구요. 다 돌아가시고 난 후 주위를 둘러보니 제가 앉아 있기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 더군다나 어머니들께서 많이 앉아 계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젊은 저에게는 상당히 어색한 자리였어요.  심지어는 뒤를 돌아보기가 두렵기(?)까지 했으니까요.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갈 정도였어요. 어떤 분위기 였는지 아시겠죠?  후후후....

 

 처음 세미나에 신청을 한 목적은 성당 생활을 하면서도 자의든 타의든 정작 어머니와 함께 성당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지금껏 없었던 것이 아쉽게 생각되어 제가 어머니께 직접 부탁을 드려 세미나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없는 어머니가 부부가 함께하는 행사에 혹시나 소외감이라도 느끼지 않으실까 -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하는 생각에 효도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도 갖을 목적으로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했었어요. 게다가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도 허락이 되었구요. 아마 그런 목적이 아니었으면 어제 그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목적이야 어째든 하여간 세미나가 시작하기전 그 짧고도 긴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본 세미나에 앞서 찬양 성가를 부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나누어 주신 악보를 가지고 입만 벙긋거리며 따라 부르고 있었어요.

왜 아시죠? 그 느낌, 연세가 많으신 분들과 성가를 부르는...  처음부터 마음이 흔들려서 인지 정말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첫번째 성가... 또 두번째 성가... 그렇게 세번째 성가를 부르게 되었어요. 그 세번째 성가가 저에게 다시 한번 이 세미나를 하는 목적을 상기 시켜 주었고,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성가 제목은 ’당신을 사랑해요’였어요. 진행자분의 설명은 부부들을 위한 내용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성가가 인쇄된 종이를 어머니와 한손씩 나누어 들며 부르고 있었는데 가사 내용 중에 ’..... 당신을 용서해요. 나도 용서해요....’라는 구절이 제 마음을 흔들더군요. 한번 부르고 두번째 성가를 부르면서  저도 모르게 어머니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둘이 손을 꼭 쥐고 성가를 부르면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가슴 떨림에 저도 놀랐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어머니를 바라 보았는데 어머니께서도 코 끝이 발개지며 눈에는 눈물이 고여 계시는 모습이 보였어요. 성가를 마치고 나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어머니께 못된 자식이었는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직장을 다닌다고 혹은 성당 활동을 한다고 어머니와 식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는 혼자 계신 어머니께 항상 외로움을 더해 드린 것은 아닌가 싶었어요. 술먹고 늦게 들어오는 아들에게 아침이면 조용히 꿀물을 타 주시는 모습, 장성한 아들이 실업자의 모습으로 빈둥거려도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으시는 모습, ’성당 일이면 너에게 손해될 일 없어. 열심히 해’ 하시며 힘들때 마다 격려해 주시는 모습 ... 이런 모든 모습이 제겐 아픔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는 저도 함께하는 평일 미사 시간 혼자 앞자리에 앉으셔서 작은 체구에 조용히 미사를 드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 올랐고 그 모습이 저에게는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시간 동안 저를 위해 희생하셨던 어머니께 정말 해드린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왔습니다. 처음에 느꼈던 후회나 갈등은 아예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후에 담당 신부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열심히 듣고는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머니와 저 둘다 어색해 했지만 그래도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겉으로는 별 문제없는 모자간이라고 하겠지만 저희 모자간에도 보이지 않게 많은 갈등이 있었겠지요. 이번 일로 모든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갈등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이 세미나를 참석해서 제가 얻어갈 가장 큰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어색함과 후회, 그 어려운 문제를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풀어 주셨답니다. 다시 한번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제는 전처럼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그런 아들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생활하도록 할꺼에요. 앞으로 남은 다섯번의 세미나, 그 시간동안 하느님의 사랑 많이 느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매 세미나를 마치면 꼭 계시판에 보고 배우고 느낀것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같이 하지 못하시는 청년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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