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마다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 적응 교육을 돕는 하나원에 갑니다. 오전에는 미사, 오후에는 ‘재미나는 오락회’(북한식 게임)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지내다 옵니다. 미사 전에 전체 미사에 관한 설명을 하는데, 보편지향기도에 관해 설명할 때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우리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언젠가 한 신부님이 기도에 관한 강론을 하시면서 “여러분, 우리가 엄마한테 밥 달라고 할 때 뭐라고 합니까? ‘전능하고 자비하신 어머니,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저에게 밥 한 그릇만 주시겠어요?’라고 합니까? 아니지요. 그냥 ‘엄마! 밥!’ 하면 어머니는 다 알아들으시고 정성스레 밥을 주시지요?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이 말씀하신 그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애쓰며 보편지향기도 시간에 모두 필요한 기도를 바치자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미사 시간에 보편지향기도를 하면 한 명, 두 명 기도를 바치면서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주님을 모르고 살았던 이 죄인이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좋으신 주님께 감히 기도드립니다.”, “저는 주님을 모르지만 주님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다 아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주님께 저희 부모·형제를 부탁드립니다.” 미사여구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탄원은 오늘 복음 말씀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의 고백입니다. 그들이 주님에 대해 얼마나 알길래,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그들의 기도에 저 역시 눈시울을 적실 때가 많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이 애원하는 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이 솟구침을 느끼며 오후에는 그들의 손을 꼭 잡고 “주님께서는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실 거야. 주님께서 들어주시는만큼 우리도 그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에 나가면 열심히 살아가자”라고 다짐합니다. 미사 때 울먹이던 그들의 모습에서는 어느새 환한 웃음이 번져 나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웃음짓던 백인대장의 바로 그 웃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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