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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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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2-10 ㅣ No.7345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들을 다 겪어야 합니다

이런 일들과 딱 마주치면 왜 나만 이래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편하게 잘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서 술독에 빠지곤 합니다.

심지어는 부모 탓, 하느님 탓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깊은 고민에 빠져서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술주정, 술푸념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일이 아니라,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현실적으로 검토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상황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문제의 원인도 보이고 해결방법도 보이는 경우.

이럴 때에는 바로 실행해서 해결해버리면 됩니다.

문제의 원인은 안 보이는데 해결은 가능해 보이는 경우.

이럴 때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문제의 원인은 알겠는데 자기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

이럴 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렇게 세 가지 경우는 그래도 사람을 덜 힘들게 합니다.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도 모르고, 해결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경우입니다.

소위 막막한 상태,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와무라 노리유끼 박사는 그럴 때는 생각을 조금만 늦추라고 권합니다.

왜냐?  막막한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무작정 들이대는 습성이 있습니다.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미련곰퉁이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제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늦추어야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2차세계대전 시 일본군 사병으로 필리핀에 갔다가

밀림 속에서 무려 20년을 혼자 살다 구조된 오노다 히로라는 사람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기자가 그에게

“어떻게 그 막막한 밀림 속에서 20년을 혼자서 살 수 있었는가?” 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인정신이라든가 기타 등등 거창한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하였는데...

오노다 히로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 죽고 혼자 남아서 너무나 막막하고 외롭고 힘들었는데,

나중에 생각을 바꿔서 사람들이 죽은 것을 슬퍼하기보다

사람들과 같이 있었을 때의 불편함을 계속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려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운전자들은 우거지상에 짜증을 내고 빵빵거리는데

유독 한 사람만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이 가만히 있더랍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신기해서 “아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리 태평하냐?” 물었더니

“난들 좋을 리가 있겠나. 그러나 짜증낸다고 차가 가나? 내 속만 상하지.

그래서 짜증나는 마음을 잠시 뒤로 미루고

만약 고속도로에 나 혼자 달랑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러고도 짜증이 올라오면 ‘이 사람들이 다 내 경호원들이야.’ 생각했더니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것입니다.


팔순잔치를 맞이하시게 된 노인신부님께 신자분들이 여쭸습니다.

“그동안 장가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 없었습니까?“

”있었지.“ 

”어떻게 다 극복하셨습니까?“

모두들 기도, 묵상 이런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부부싸움하고 이혼한 사람들 생각을 하면서 버텼지.“

하는 말씀에 뒤집어졌다는 야그.


이렇게 생각을 잠시 늦추고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주는 방법인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허상을 제거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자매님이 남편 문제로 상담을 오셨는데,

남편이 승진에서 누락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더 힘든 곳으로 발령이 나서 매일같이 홧술을 마시고...

나같이 능력 있는 사람이 왜 이런 데 와야 되냐.

이건 사장이 나를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거다 하면서 화를 내는데...

처음에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듣다 보니

이제는 아주 힘들어죽겠다는 것입니다.

이 남편이 가진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 남편분이 가진 문제는 자기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나”, 허상으로 인해서 생긴 것입니다.

즉, 자기 자신이 상당히 유능하고 잘난 사람이란 허상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허상을 제거하지 않는 한 내적 갈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 이 허상을 제거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간단합니다.

일단 자기 자신을 낮추어서 ‘못난 나’를 기점으로 유연하게 생각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나를 이런 데로 보내다니. 나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야.’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끊임없이 속에서 불이 나고 힘겨운 싸움이 끊이지 않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리고 내 나이에 직장이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지덕지한 일인가 하고 자기를 낮추어 생각하면

그런 힘겨운 상황 속에서 다시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TV인터뷰를 하시는데

“만약 성직자가 아니셨다면 어떤 삶을 사셨을까요?” 하니

“내가 돈 버는 재주가 없으니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았겠지.” 하셨습니다.

은퇴하시는 노인신부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도 비슷합니다.

“사제생활이 힘들지 않으셨는가?”

“아니다. 과분했다.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을 데려다가

성직자라는 과분한 삶을 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이것이 바로 ‘못난 나’를 기점으로 사는 삶의 방법인 것입니다.

어떤 집에선가 덩그러니 빈 방에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의자에 “생각하는 의자”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것이 무엇 하는 의자냐 물었더니,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 때마다

의자에 앉아서 마음을 추스르라고 가져다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그 의자보다 훨씬 더 좋은 마음다듬기 방법인 ‘성체조배’가 있습니다.

텅 빈 성당에서 잠시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성령께서 힘겨운 내 영혼, 죽고 싶은 내 마음을 위로해 주십니다.

어떤 기자가 김수환 추기경님께 “그 힘겨운 시기를 이겨내신 비법이 무엇인가요?” 물었더니

“하루 세 시간 성체조배”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가장 힘겹고 막막한 때에 성당에 오셔서

성체조배하시면서 주님께로부터 살아갈 길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사제성인말씀중에서) -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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