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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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14 ㅣ No.3593

성 십자가 현양 축일 (2004-09-14)

독서 : 민수 21,4ㄴ-9 또는 필립 2,6-11 복음 : 요한 3,13-17

 

* 그 자리에 있어햐 할 것은 *

그때에 예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셨다.“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의 아들 외에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간 일이 없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요한 3,13­-17)

이 세상 어딘가에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마을의 어떤 집에 불이 났는데 다른 것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벽에 걸린 김일성 부자(父子) 초상을 들고 나와 영웅칭호를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언젠가는 남북 공동으로 음악제를 하는데 비가 엄청 오던 날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있는 현수막이 비에 젖자 북측의 음악가 한 사람이 장군님 초상에 비가 젖게 했다고 음악회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해서 떠들썩했던 기억도 납니다.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십자가를 설명하면서 “천주교를 믿는 신자들은 집의 가장 중요한 곳에 이 십자가를 모셔둡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되새기며 우리도 예수님처럼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기 위해서지요”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아, 그렇군요. 예수님 자리에 김일성·김정일을 넣으면 딱 맞네요”라고 합니다. 그 까닭은 집의 가장 중요한 곳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을 걸어놓고 평소 수령님이 내린 교시를 생각하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이 당신 몸을 바쳐 인류 구원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셨다면, 북한이 신으로 모시는(?) 김일성은 인민의 몸을 빼앗아 자신의 구원을 위해 살다 간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단지 종교적 의식만을 본따서 신정정치를 하고 있는 북쪽에서 온 북한 이탈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의미는 다르지만 방법적인 것은 이미 우리에게 배워준 세상이었네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마음먹고 천주교를 믿겠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아주 열심히, 성실한 자세로 신앙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봅니다. 훗날 북한 복음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우리에게 그들의 체험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선교의 한 방법으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 한 그루의 우정 나무를 위해 -

우리가 한 그루 우정의 나무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선
한결같은 마음의 성실성과 참을성,
사랑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친 고집과 독선,
교만과 이기심은 좋은 벗을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정성스럽고 진지한 자세로
깨어 있어야 한다.

나와는 다른 친구의 생각을 불평하기보다는
배워야 할 점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기쁨과 슬픔을 늘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지니자.

그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늘 흔연히 응답할 수 있는
민감함으로 달려가자.

가을 열매처럼 잘 익은 마음,
자신을 이겨내는 겸허함과
기도의 마음으로 우정의 나무를 가꾸자.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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