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딘가에 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마을의 어떤 집에 불이 났는데 다른 것은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벽에 걸린 김일성 부자(父子) 초상을 들고 나와 영웅칭호를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언젠가는 남북 공동으로 음악제를 하는데 비가 엄청 오던 날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있는 현수막이 비에 젖자 북측의 음악가 한 사람이 장군님 초상에 비가 젖게 했다고 음악회를 하지 않겠다고까지 해서 떠들썩했던 기억도 납니다.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십자가를 설명하면서 “천주교를 믿는 신자들은 집의 가장 중요한 곳에 이 십자가를 모셔둡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를 통해 우리를 구원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되새기며 우리도 예수님처럼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기 위해서지요”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아, 그렇군요. 예수님 자리에 김일성·김정일을 넣으면 딱 맞네요”라고 합니다. 그 까닭은 집의 가장 중요한 곳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을 걸어놓고 평소 수령님이 내린 교시를 생각하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이 당신 몸을 바쳐 인류 구원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셨다면, 북한이 신으로 모시는(?) 김일성은 인민의 몸을 빼앗아 자신의 구원을 위해 살다 간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단지 종교적 의식만을 본따서 신정정치를 하고 있는 북쪽에서 온 북한 이탈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의미는 다르지만 방법적인 것은 이미 우리에게 배워준 세상이었네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마음먹고 천주교를 믿겠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아주 열심히, 성실한 자세로 신앙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봅니다. 훗날 북한 복음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우리에게 그들의 체험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선교의 한 방법으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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