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2)

인쇄

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2-19 ㅣ No.8107

 

        "그게 아니라 이렇게 접어야 한다니까..."

         

        "알았어요... 다시 해볼께요..."

         

        "이러다 날 새겠다. 이리 줘. 내가 할께..."

         

상원이 형은 내가 하는 일이 별루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꿀밤을 줍니다. 나는 상원이 형이

하는대로 잘 따라했는데 괜히 때리고 그럽니다. 오늘도 벌써 다섯번 정도는 맞은것 같습니다.

 

        "그런데 넌 왜 신문돌리기루 했냐? 나이도 어린것이"

         

        "형은 몰라두 되요"

         

        "너 엄마돈 훔쳤다가 들킬것 같으니까 그러는거지? 내가 다 알아"

         

        "형이 그랬나 보죠?"

         

        "내가? 음... 짜식 눈치는... 허허"

 

어느새 연수네 집앞에 도착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신문을 접었습니다.

이번에도 상원이 형이 때릴까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는 알려준대로 신문을 대문사이에

끼워 넣었습니다.

 

        "짜식, 기억력 좋네?"

         

        "저 잘하죠?"

         

        "그럭저럭..."

 

앞서 상원이 형이 뛰어가고 나는 좀 더 2층에 있는 연수 방을 쳐다보았습니다. 연수방은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혹시 연수를 만나면 좋겠지만 진짜로 연수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면

큰일입니다. 신문 돌리고 있는것을 연수에게 들키면 창피하니까요.

 

        "야! 뭐해? 빨리 안오고 뭐해?"

         

        "알았어요..."

 

나는 연수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소리를 지르며 상원이 형을 쫓아갔습니다. 혹시 연수가

깨서 창문밖을 열어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 달리면서 계속 연수방을 쳐다보았지만

골목을 지나갈때까지 연수방은 계속 꺼져 있었습니다.

 

아침에 신문 돌리는것을 마치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혹시 엄마가 깨지나 않으셨을까

생각이 들어 조심조심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대문 여는 소리가

삐거덕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방불이 꺼진것을 보고 조심조심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

속에 다시 누웠습니다. 추운 바깥에서 들어와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오니 너무 좋습니다.

 

 

내가 신문을 돌리기 시작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엄마 모르게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몰래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것이 제일 신경쓰이지만 아직도 엄마는 내가 새벽 일찍

나가시는것을 잘 모르시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다보니 아침밥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엄마, 나 영화 보구싶어... 읍내 극장에 영화 들어왔대. 만화영화..."

         

        "엄마가 돈이 어디 있다구 그러니..."

         

        "그래두 엄마... 꼭 보구 싶은데..."

         

아침부터 은경이가 엄마에게 자꾸만 칭얼댑니다. 영화를 보고싶다고 합니다. 읍내에서하는

새 영화를 말입니다.

 

        "넌 왜 엄마 자꾸 귀찮게 하냐?"

         

        "오빤 가만히 있어. 나 혼자 보구 올꺼니까..."

         

        "너 혼자 어떻게 보러 가는데? 읍내 나가는 길이나 알어? 갔다가 길 잃어버리구

        집도 못찾아 올려구?"

         

        "치... 내가 바본가?"

 

엄마는 은경이를 달래면서 다음에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경이는 막 울상이 되서

계속 떼를 씁니다.

뽀료통해진 은경이가 안쓰러워서 살짝 은경이를 불러내서 물어봤습니다.

 

        "그거 얼마하는데?"

         

        "뭐? 영화?"

         

        "응"

         

        "그럼 오빠가 보여줄꺼야?"

         

        "극장보는데 얼마하는데?"

         

        "어린이는 삼백원"

         

        "비싸다..."

         

        "그래두 보구싶은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몰래 감춰두었던 450원을 가지고 은경이와 함께 읍내로 나갔습니다.

엄마에게는 그냥 밖에서 놀다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은경이는 처음엔 믿지 않더니 점점

읍내쪽으로 가까워지자 놀라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오빠, 진짜 오빠가 보여주는거야? 응?"

         

        "그래, 그러니까 엄마한테 자꾸 떼쓰지 마... 알았지?"

         

        "그럼 다음에도 오빠가 보여줄꺼야?"

         

        "다음에 오빠가 돈 많이 벌면 또 보여줄께..."

         

        "야... 신난다..."

 

내 앞에서 은경이가 촐싹거리며 뛰어갑니다. 솔직히 나두 보구싶은 만화영화였습니다.

우리마을 애들 중에 몇명은 벌써 보았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나도 보고싶었

습니다.

나는 극장 앞에서 어린이용 표를 한장 끊어서 은경이에게 쥐어 주었습니다.

 

        "자... 이거 가지구 들어가서 봐..."

         

        "오빠는?"

         

        "오빠는 다 커서 이런거 재미없어. 너나 보구 와"

         

        "그래두 오빠두 같이 갔으면 좋겠다."

         

        "니가 보구 얘기 해주면 되잖아... 오빠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다 보구 나와"

         

        "그래두 오빠 같이 갔으면 좋겠다."

 

나는 은경이에게 떵튀기 한봉지를 사서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기껏해야 영화는 한시간

반 정도만 지나면 끝날겁니다. 그때까지 읍내에서 시장 구경이나 해야 겠습니다.

은경이가 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발걸음을 연수네 집쪽으로 향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와보는 곳이지만 갑자기 또 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괜히 연수네 집 앞을 어슬렁어슬렁 거리기도 하고 연수네 집이 잘 보이는 극장 계단에

앉아서 2층 연수 방을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극장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나는 연수네 집 앞 대문에가서 살짝 연수네 집 안을 쳐다보았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커다란

개가 개집앞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연수방 창문은 닫혀있었습니다. 집에 없는가 봅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검은 차가 읍내 큰길을 가로질러 오더니 연수네 집 앞에 서 있는

내 앞에 딱 섰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차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연수가 내리는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너무 반갑기도 하고 너무

놀라기도 했습니다. 연수도 많이 놀랐는가 봅니다. 연수 뒤를 이어 한 아주머니가 내리셨

습니다. 아마 연수 엄마인가 봅니다.

 

        "연수야..."

         

        "민우야... 여기 웬일이야?"

         

        "응... 그냥... 동생하구 극장에 왔다가..."

         

        "엄마, 얘가 나랑 짝이야. 한민우"

         

        "안녕하세요? 연수 어머니..."

 

나는 연수 엄마에게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 네가 민우구나... 연수한테 얘기 들었단다... 앞으로도 연수랑 친하게

        지내라"

         

        "네.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연수는 계속 옆에서 눈에 반달을 그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연수 엄마는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참 인자한분 같았습니다.

 

        "그런데 동생이랑 극장에 왔다면서 은경이는?"

         

        "은경이? 어... 먼저 들어갔어"

         

        "민우 너는 안들어가?"

         

        "나? 난 별루.... 별루 보구싶지 않아서..."

         

        "진짜? 진짜 안보구 싶어? 우리동네 애들은 다 보구싶어하던데..."

         

        "난 저런거 너무 많이 봐서 이젠 재미없어..."

         

        "에이... 거짓말. 잠깐만 기다려봐"

         

연수는 급히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연수가 반갑기도 했지만 나 혼자 이렇게 극장

밖에서 돌아다니는것을 들켜서 조금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잘못하면 매일 새벽 이곳을

지나간다고 이야기 할 뻔 했습니다.

연수는 집에들어갔다가 잠시 후 다시 나왔습니다.

 

        "민우야 가자..."

         

        "응? 어딜?"

         

        "글쎄 따라와 보면 알아"

 

연수가 내 손을 붙잡고 극장쪽으로 달렸습니다.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연수가 너무 급하게 달려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연수는 극장앞까지 뛰어 극장 매표소로가서

어린이표 2장을 끊었습니다.

 

        "나두 이거 보구싶었는데 보러갈 친구가 없었거든... 민우 너랑 같이 보구 싶어"

         

        "진짜? 진짜루 보구싶었었어?"

         

        "그래... 지금 엄마한테 말씀드리니까 보구 오라구 하셨어. 돈두 주셨구..."

         

        "......"

 

나랑 연수는 극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은경이를 찾아서 같이 보려구 했지만 이미 극장

안은 깜깜해져있어서 찾지 못했습니다. 그냥 연수가 사가지고 온 사이다를 마시면서 만화

영화를 보았습니다.

처음에 애국가가 나와서 우리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곧 만화영화가 시작됐습니다. 좋은나라 로보트가 처음엔 많이 부서지고

맞다가 나중엔 결국 이겼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만화영화 중간중간에 계속 끊겨서 어떤 큰 형들은 큰소리로 돈 물어내라고 소리도 쳤습니다.

연수도 좋은나라 로보트가 나쁜놈한테 맞을때는 울상이 되더니 마지막에 이길때는 일어나서

신나게 박수도 쳤습니다. 나도 같이 따라 일어나서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연수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습니다. 내 옆에 앉은 연수가 참 이쁩니다.

만화영화가 일찍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2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