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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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2-19 ㅣ No.8109

 

정말 사진속의 여자가 연수일까요? 맞을까요? 혹시 상상속에 그리던 여자와 비슷한 여자일까요?

사진속의 여자가 연수이건 아니건 한번 다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여자가

연수였으면 좋겠습니다.

 

몇일동안을 이 사진을 들고다니면서 온갖 상상을 다 해보았습니다. 보다못한 사장님께서

지나가시다 한말씀 하십니다.

 

        "애인이라도 찍었니?"

         

        "아니예요..."

         

        "사진 다 닳아 없어지겠다..."

         

        "헤헤..."

 

        "도대체 누가 찍혔길래 그래? 어디좀 보자"

         

        "별거 아니예요..."

         

        "이 실랑이 벌이는 아줌마가 니 애인이니?"

         

        "에이... 사장님도..."

         

        "그럼?"

         

        "이 뒤에 찍힌 여자보이시죠?"

         

        "심도가 얕아서 조금 흐릿하게 찍혔네... 그런데 이 여자가 누군데?"

         

        "저도 몰라요..."

         

        "허허, 녀석... 실없긴..."

 

사장님께서 머리를 한대 쿵 쥐어박고 가셨습니다. 미련한짓이겠지만 사실 어제와 그제 저는

다시 그 시장 어귀를 어슬렁거렸었습니다. 사진속에 찍힌 그 장소를 배회하며 혹시나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우연은 다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것일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학교때 짝이었다구 했지? 아참, 요즘은 초등학교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국민학교라는 말이 더 정감있는걸요... 국민학교 5, 6학년때 짝이었어요"

         

        "어허, 2년이나 짝을 했다면 심상치 않은 사이였겠는걸? 허허허"

 

어느날 사장님과 함께 퇴근을 하면서 운전을 하시던 사장님께서 갑자기 넌지시 연수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셨습니다.

 

        "이름은?"

         

        "연수요, 황연수..."

         

        "그럼 국민학교 다닐때 고백을 하지 그랬어? 애들한텐 너무 이른가? 허허"

         

        "저두 말하려구 했는데 그 기회를 놓쳐 버렸어요"

         

        "기회를 놓쳐?"

         

        "갑자기 전학을 가버렸거든요..."

         

지갑속에서 다시 연수와 같이 보았던 만화영화 표를 꺼내서 만지작 거렸습니다. 다시 이 날의

일이 떠오릅니다.

 

 

        "연수야..."

         

        "응? 왜?"

         

        "이 극장 표 나 주면 안될까?"

         

        "표? 그래. 그런데 왜? 뭐에다 쓰려구?"

         

        "아니... 그냥..."

 

연수가 건네준 표를 바지주머니에 깊히 찔러넣었습니다. 아직 채 마시지 않은 사이다병은

내 손에 들려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연수와 밖에서 은경이를 기다렸습니다. 은경이는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이들 사이로 마지막쯤 되서야 나왔습니다.

 

        "왜이렇게 늦게나와?"

         

        "한번 더 보려구 그랬는데 오빠 생각나서 그냥 나왔어..."

         

        "이그..."

 

이때 뒤에있던 연수가 은경이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오랫만이네?"

         

        "어... 언니... 언니두 있었네?"

         

        "응... 영화 잘 봤어?"

         

        "응... 재밌었어... 오빠두 같이 보자구 그랬는데 오빠가 싫다구 그래서..."

         

        "난 이런거 이제 안본다니까..."

 

연수와 헤어지고 은경이와 나는 같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벌써 어둑어둑 해가 뒷산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은경이는 오늘 만화영화에 나왔던 주인공 흉내를 내며 이리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오빠, 다음엔 꼭 같이 보자? 응?"

         

        "그래... 다음엔 같이 보자..."

         

        "그런데 연수언니 어떻게 만났어?"

         

        "응? 어... 그냥 연수가 극장 앞에 지나가다가 만났어"

         

        "연수언닌 극장구경 안한대?"

         

        "응... 연수도 그런거 싫어한대..."

         

        "참 이상하다. 난 재밌기만 하던데..."

 

바지주머니 속에 극장표가 계속 만지작거려집니다. 빨대를 꽃아 빨아먹던 사이다도 좋았지만

연수랑 같이 영화를 본것이 제일 기분 좋습니다.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것 같습니다.

 

집에가서 책상에 있는 빈 일기장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생일날 일만이가 친구라고

선물해준것이었는데 일기와는 별로 친하지 않아 그냥 두었다가 갑자기 오늘 내 눈에 띄게

된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그 일기장을 보자 일기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연수와 같이 영화를 본 일을 적어놓고 싶어졌습니다.

급히 책가방에서 연필을 꺼내서는 기억나는 오늘의 일들을 적었습니다. 자꾸만 오늘 있었던

일인데도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일기를 쓰다가 생각하다가 또 쓰다가 생각하다가 했습니다.

그런데 연수도 오늘같은날 일기를 쓰고싶어졌을까요? 엄마가 급히 방문을 여시는 바람에

쓰고있던 일기를 후다닥 치웠습니다. 일기는 비밀이라고 했으니까요.

 

연수와 영화를 보고나서 몇일이 흘렀습니다. 새벽마다 연수네 집 앞을 지날 때 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수방 창문을 바라보지만 언제나 불은 꺼져있었습니다.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항상 지켜보지만 아직 불이 켜진적은 한번도 없는것 같습니다.

 

나에게 신문 돌리는것을 알려주던 상원이형이 어제 그만 두었습니다. 처음엔 많이 구박하던

형인데 그만둔다고 하니 섭섭했습니다.

 

        "짜식, 너 혼자 잘 할 수 있겠냐?"

         

        "형이 가르쳐준대로만 하면 되잖아요"

         

        "그래, 새벽에 절대로 늦지 말고... 알았지?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와

        내가 도와줄께..."

         

        "알았어요 형... 고마워요"

 

상원이 형은 어제 마지막으로 나와 신문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젠 나 혼자 신문

돌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많이 배웠으니까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혼자서 돌리는 신문은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상원이 형이 가르쳐 준대로 차근차근 배달

했습니다. 보통때보다 10분은 더 걸린것 같습니다.

배달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마루에 엄마가

앉아 계셨습니다.

 

        "엄마...."

         

        "너 어디갔다오니?"

         

        "저... 누렁이가 낑낑거려서요... 그래서 왜 그런가 가보고 오는 길이예요"

         

        "그래? 춥다, 어서 들어가서 자라..."

         

        "네에....."

 

휴우...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신것 같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실줄은 몰랐습니다.

내일부터는 배달을 조금 더 빨리 끝내야 할것 같습니다.

 

혼자서 배달한지도 일주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날씨는 더 추워졌지만 배달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배급소로 돌아왔습니다.

 

        "녀석, 어린것이 부지런도 하지... 부모님은 알고계시니?"

         

        "아뇨... 아직 모르세요..."

         

        "그럼 계속 비밀로 할꺼야?"

         

        "네..."

         

        "참, 그리고 내일은 수금날이니까 오후에 다시 나와야 한다"

         

        "수금이요?"

         

        "그래... 신문대금을 수금해야지... 상원이가 안가르쳐 주던?"

         

        "듣긴 했어요..."

         

갑자기 걱정이 들었습니다. 신문대금을 수금하려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신문값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연수네 집에 갈 수가 없어 걱정입니다. 혹시나 연수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내일 수금날이라는 보급소장님 말씀을 듣고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발 연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다음날 새벽, 나는 신문을 돌리고 오후에 다시 보급소로 나갔습니다. 보급소장님께서 종이뭉치

한 꾸러미를 주시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녀 신문값을 받고 이곳에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나는 연수네 동네에서 떨어진 동네부터 수금을 했습니다.

신문값을 주시는 아줌마들은 모두 나를 보고 놀라십니다.

 

        "오늘은 꼬맹이가 왔네?"

         

        "꼬맹이가 아니라 5학년인데요..."

         

        "호호, 녀석 당돌하기는... 돈은 지금없으니까 다음에 줄께"

         

        "안되요. 오늘 꼭 받아가야 되요."

         

        "글쎄 오늘 없다니까..."

         

        "전 그럼 혼나요. 오늘 꼭 주세요"

 

뚱뚱한 주인 아줌마가 기가 막히다는듯이 나를 내려보다가 옛다 하면서 돈을 줬습니다.

집집마다 돈을 받고 도장찍는 일이 계속 됐습니다. 간혹 나중에 돈을 주겠다는 집도 있었지만

나는 꼭 받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집은 신문값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이젠 연수가 사는 읍내 동네로 가야 했습니다.

연수네 동네 다섯집만 가면 되는데 자꾸만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주변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연수네 집과 가장 멀리 떨어진 집에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덜컹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다른사람이 아닌 6반 축구부 주장이었습니다.

 

        "어? 니가 웬일이냐?"

 

여기가 이아이네 집인줄 몰랐는데 엉뚱한 사람에게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신문값 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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