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도대체이사람의잘못이무엇이냐?(마르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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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2000-04-14 ㅣ No.1236

(나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도대체 이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냐?"   

                                  (마르 15,14)

 

모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한도 끝도 없이 올라서려고 하는 오만과 욕심은, 누구 때문에, 시기가 좋지 않아서 등의 자기 변명을 앞세우며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는 자신을 모릅니다. 압니다. 그분은 창조 질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우리들의 비참한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계십니다. 이젠, ’사랑’때문에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는 그분께 상처투성이의 나를 열어보일 때입니다.  

 

 

복 음 (마르 14,1-15,47 또는 15,1-39)

과월절 이틀 전 곧 무교절 이틀 전이었다.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몰래 예수를 잡아 죽일까 하고 궁리하였다. 그러면서도 "백성들이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축제 기간만은 피하자" 고 하였다. 예수께서 베다니아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 계실 때의 일이었다. 마침 예수께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셨는데 어떤 여자가 매우 값진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깨뜨리고 향유를 예수의 머리에 부었다. 그러자 거기 같이 있던 몇 사람이 매우 분개하여 "왜 향유를 이렇게 낭비하는가? 이것을 팔면 삼백 데나리온도 더 받을 것이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터인데!" 하고 투덜거리면서 그 여자를 나무랐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참견하지 말아라. 이 여자는 나에게 갸륵한 일을 했는데 왜 괴롭히느냐?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 곁에 있으니 도우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도울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여자는 내 장례를 위하여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이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온 세상 어디든지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알려져서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열 두 제자의 하나인 가리옷 사람 유다가 대사제들을 찾아 가서 예수를 넘겨 주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유다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를 넘겨 줄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무교절 첫 날에는 과월절 양을 잡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 날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께서 드실 과월절 음식을 저희가 어디 가서 차렸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성 안에 들어 가면 물동이에 물을 길어 가는 사람을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 가거라. 그리고 그 사람이 들어 가는 집의 주인에게 ’우리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음식을 나눌 방이 어디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러면 그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기에다 준비해 놓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이 떠나 성안으로 들어 가 보니 과연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였다. 그래서 거기에다 과월절 음식을 준비하였다. 날이 저물자 예수께서 열 두 제자를 데리고 그 집으로 가셨다. 그들이 자리에 앉아 음식을 나누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터인데 그 사람도 지금 나와 함께 먹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제자들은 근심하며 저마다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은 너희 열 둘 중의 하나인데 지금 나와 한 그릇에 빵을 적시는 사람이다. 사람의 아들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죽을 터이지만 사람의 아들을 배반한 그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구나. 그는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건네시자 그들은 잔을 돌려 가며 마셨다. 그 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잘 들어 두어라.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 날까지 나는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 그들은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올리브산으로 올라 갔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칼을 들어 목자를 치리니 양떼가 흩어 지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대로 너희는 모두 나를 버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비록 모든 사람이 주님을 버릴지라도 저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내 말을 잘 들어라. 오늘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는 더욱 힘주어 "주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주님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장담하였다. 다른 제자들도 다 같은 말을 하였다. 그들은 게쎄마니라는 곳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여기 앉아 있어라" 하시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공포와 번민에 싸여서 "내 마음이 괴로와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깨어 있어라" 하시고는 조금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할 수만 있으면 수난의 시간을 겪지 않게 해 달라고 하시며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하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기도하시고 나서 제자들에게 돌아 와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시몬아, 자고 있느냐?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하시고 다시 가셔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돌아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졸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예수께서는 세 번째 다녀 오셔서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그만하면 넉넉하다. 자, 때가 왔다. 사람의 아들이 죄인들 손에 넘어 가게 되었다. 일어나 가자. 나를 넘겨 줄 자가 가까이 와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 두 제자의 하나인 유다가 나타났다. 그와 함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떼지어 왔다. 그런데 배반자는 그들과 미리 암호를 짜고 "내가 입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붙잡아서 놓치지 말고 끌고 가라" 고 일러 두었던 것이다. 그가 예수께 다가 와서 "선생님!" 하고 인사하면서 입을 맞추자 무리가 달려들어 예수를 붙잡았다. 그 때 예수와 함께 서 있던 사람 하나가 칼을 빼어 대사제의 종의 귀를 쳐서 잘라 버렸다. 그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잡으러 왔으니 내가 강도란 말이냐? 너희는 내가 전에 날마다 성전에서 같이 있으면서 가르칠 때에는 나를 잡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된 것은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다." 그 때에 제자들은 예수를 버리고 모두 달아났다. 몸에 고운 삼베만을 두른 젊은이가 예수를 따라 가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리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삼베를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 그들이 예수를 대사제에게 끌고 갔는데 다른 대사제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도 모두 모여 들었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를 뒤따라 대사제의 관저 안뜰까지 들어 가서 경비원들 틈에 끼어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대사제들과 온 의회는 예수를 사형에 처할 만한 증거를 찾고 있었으나 하나도 얻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이 거짓 증언을 하였지만 그들의 증언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몇 사람이 일어서서 이렇게 거짓 증언을 했다. "우리는 이 사람이 ’나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헐어 버리고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않은 새 성전을 사흘 안에 세우겠다’ 하고 큰소리치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증언을 하는 데도 그들은 말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그 때에 대사제가 한가운데 나서서 예수께 "이 사람들이 그대에게 이토록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그대는 할 말이 없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입을 다문 채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대사제는 다시 "그대가 과연 찬양을 받으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인가?"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그렇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이 말을 듣고 대사제는 자기 옷을 찢으며 "이 이상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겠소? 여러분은 방금 이 모독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자,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하고 묻자 사람들은 일제히 예수는 사형감이라고 단정하였다. 어떤 자들은 예수께 침을 뱉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면서 "자, 누가 때렸는지 알아 맞추어 보아라" 하며 조롱하였다. 경비원들도 예수께 손찌검을 하였다. 그 동안 베드로는 뜰 아래쪽에 있었는데 대사제의 여종 하나가 오더니 베드로가 불을 쬐고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보며 "당신도 저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니던 사람이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소" 하고 부인하였다. 그리고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그 여종이 그를 보고 곁에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저 사람은 예수와 한 패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 말을 또다시 부인하였다. 얼마 뒤에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시 "당신은 갈릴래아 사람이니 틀림없이 예수와 한 패일 거요"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베드로는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맹세하면서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은 알지도 못하오" 하고 잡아떼었다. 바로 그 때에 닭이 두 번째 울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땅에 쓰러져 슬피 울었다.

15날이 밝자 곧 대사제들은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을 비롯하여 온 의회를 소집하고 의논한 끝에 예수를 결박하여 빌라도에게 끌고 가 넘기었다. 빌라도는 예수께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대사제들이 여러 가지로 예수를 고발하자 빌라도는 예수께 "보라. 사람들이 저렇게 여러 가지 죄목을 들어 고발하고 있는데 너는 할 말이 하나도 없느냐?"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빌라도가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명절 때마다 총독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 주는 관례가 있었다. 마침 그 때에 반란을 일으키다가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갇혀 있던 폭도들 가운데 바라빠라는 사람이 있었다. 군중은 빌라도에게 몰려 가서 전례대로 죄수 하나를 놓아 달라고 요구하였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유다인의 왕을 놓아 달라는 것이냐?" 하고 물었다. 빌라도는 대사제들이 예수를 시기한 나머지 자기에게까지 끌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빌라도의 말을 들은 대사제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차라리 바라빠를 놓아 달라고 청하게 하였다. 빌라도는 다시 군중들에게 "그러면 너희가 유다인의 왕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군중은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소리질렀다. 빌라도가 "도대체 이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냐?" 하고 물었으나 사람들은 더 악을 써 가며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외쳤다. 그래서 빌라도는 군중을 만족시키려고 바라빠를 놓아 주고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내어 주었다. 병사들은 예수를 총독 관저 뜰 안으로 끌고 들어 가서 전 부대원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예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운 다음 "유다인의 왕 만세!" 하고 외치면서 경례하였다. 또 갈대로 예수의 머리를 치고 침을 뱉으며 무릎을 꿇고 경배하였다. 이렇게 희롱한 뒤에 그 자주색 옷을 벗기고 예수의 옷을 도로 입혀서 십자가에 못박으러 끌고 나갔다. 그 때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 오다가 그 곳을 지나 가게 되었는데 병사들은 그를 붙들어 억지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그들은 예수를 끌고 골고타라는 곳으로 갔다. 골고타는 해골산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포도주에 몰약을 타서 예수께 주었으나 예수께서는 드시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그리고 주사위를 던져 각자의 몫을 정하여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 예수의 죄목을 적은 명패에는 "유다인의 왕" 이라고 씌어 있었다. 예수와 함께 강도 두 사람도 십자가형을 받았는데 하나는 그의 오른편에 다른 하나는 왼편에 달렸다. 지나 가던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며 "하하, 너는 성전을 헐고 사흘 안에 다시 짓는다더니 십자가에서 내려 와 네 목숨이나 건져 보아라" 하며 모욕하였다. 같은 모양으로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도 조롱하며 "남을 살리면서 자기는 살리지 못하는구나! 어디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 오나 보자. 그렇게만 한다면 우린들 안 믿을 수 있겠느냐?" 하고 서로 지껄였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자들까지도 예수를 모욕하였다. 낮 열 두 시가 되자 온 땅이 어둠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세 시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다. 이 말씀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라는 뜻이다. 거기에 서 있던 사람들 몇이 이 말을 듣고 "저것 봐!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는구나" 하였다. 어떤 사람은 달려 오더니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 끝에 꽂아 예수의 입에 대면서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봅시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그 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예수를 지켜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예수께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숨을 거두시는 광경을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하고 말하였다.

 

 

제 1 독서 (이사 50,4-7)

주 야훼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 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 주신다. 아침마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배우는 마음으로 듣게 하신다. 주 야훼께서 나의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아니하고 꽁무니를 빼지도 아니한다. 나는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민다. 나는 욕설과 침뱉음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우지도 않는다. 주 야훼께서 나를 도와 주시니, 나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어 차돌처럼 내 얼굴빛 변치 않는다.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줄 알고 있다.

 

 

제 2 독서 (필립 2,6-11)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길라잡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라는 전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오늘의 전례는 이중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군중들의 호산나 환성에 이어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며 악을 쓰는 외침이 따릅니다.

예수님의 수난사화를 다루는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의 침묵과 군중들의 아우성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지난 어두운 정치 시대에서 옳은 사람의 재판과 형집행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듯 예수님에 대한 심문과 형 집행도 그러했습니다. 예수님은 체포된 당일 밤 유다인의 종교재판과, 이튿날 아침 이방인인 로마인의 형사재판을 받고 그날 오전 9시에 십자가형 집행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만백성에게 구원을 가져오신 분이 만백성으로 대표되는 유다인과 로마인의 재판을 받으신 것입니다.

수난 사화 중 예수님의 외적 표양은 - 대제사장과 빌라도가 이상하게 생각할 만큼 - 군중들의 거짓 증언과 고발 앞에서 침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하느님의 아들이냐’는 대제사장의 질문에는 그동안 감추어 왔던 메시아의 비밀을 벗고 단호하고 명백하게 ’그렇다’고 대답하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유다인의 종교재판에서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하느님이심을 계시하는데 그것이 곧 죽음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예수님이 죽어야 할 명분이 전혀 없음을 아는 빌라도는 ’도대체 이 사람의 잘못이 무엇이냐’고까지 군중들에게 묻습니다. 이해할 수 없이 혼돈스러운 우리네 오늘날의 삶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하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됨을 종종 봅니다. 이때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을 바라보면 ’도대체 하느님의 잘못이 무엇인가?’하고 마음속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마르코에 의한 수난사화는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선포하고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마침내 ’하느님의 아들’로써 계시되신 나자렛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심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수난 복음은 하느님의 구원사화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사화에서 사람의 역할은 고함과 냉소 그리고 처형이었으며 사람의 아들은 침묵과 고통과 죽음이 그의 몫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침묵

오늘의 수난복음은 상당히 긴 분량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량만큼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신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상 가서 한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할 말이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물며 하느님의 죽음 앞에서 무슨 말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마르코에 의한 수난사화 전체를(14,1-15,47) 주의 깊게 읽어봅시다. 그리고 다음 말씀 속에 담긴 의미를 묵상하고 나누어봅시다.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마르 15,5).

"그렇게만 한다면 우린들 안 믿을 수 있겠느냐?"(마르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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