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교우들 보아라(순교자 성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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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kcwat] 쪽지 캡슐

2000-09-08 ㅣ No.4857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옥중 서간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 무시지시(無始之時)로 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配說)하시고

그 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

(爲藉)와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 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있어 쓸데없고,  비록 주은(主恩)

로 세상에 나고 주은으로 영세(領洗) 입교하여 주의 제자 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

에 나 입교한 효험(效驗)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주배은(

主背恩)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得罪)하면 아니 남만

어찌 같으리오. (계속 읽는자 복이 있나니)

 

씨를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辛苦)를 돌아 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 거둘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되고 염글면 마음에 땀낸 수고

를 잊고 오히려 즐기며 춤추며 흠복할 것이오,  곡식이 염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에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내고 들인 공부로써 그

밭을 박대하나니 이같이 주 땅을 밭을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벼를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구속하여 피로 우리

를 물 주사 자라고 염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 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염근자 되었으면 주의 의자로 천국을 누릴

것이오,  만일 염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의자(義子)로서 원수가 되

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라라.

 (포기하지 말고 순교자 후예답게 계속 읽으세요.)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

운 데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宗徒)때 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 두루

무수 간난(艱難) 중에 자라니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 들어온 지

5-60년에 여러번 군난(窘難)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熾盛}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

러 너희들까지 환난(患難)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

지심(哀痛之心)이 없으며 육정(肉情)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 돌아

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다 할

군난이 주명(主命) 아니면 주상(主賞) 주벌(主罰)아니랴.

 (글 내용을 음미하며 끝까지 읽으소서.)

 

주의 성의(聖意)를 따라오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遑遑)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다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友愛)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

히 여기사 환난을 걷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광영

(爲主 光榮)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 20인은 아직 주은(主恩)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들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를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紙筆)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未久)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난시(難時)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실히 먹지 말고

주야로 주우를 빌어 삼구(三玖)를 대적하고 군난을 참아 받아

위주 광영하고 여등(汝等)의 영혼 대사를 경영하라.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德功)

을 크게 세울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

구령사(事主 救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

의 자취를 만만 수치(修治)하여 성교회 영광을 더으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義子)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

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

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긍련(矜憐)하실 때를 기다리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莫非主命)이요 막비주상주벌(莫非主賞

主罰)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爲主)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

함을 주시기를 기다려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肉情)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하신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 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 신부 사정 정표

 

 

(우리 한국 최초의 사제이신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 서간을 읽으

 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우리 선조들의 이같은 강렬한 신앙이 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게 다가오지 않는지!

  우리의 선조들이 두려움없이 가장 소중한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일까!?

 

 조그마한 일에도 이해하지 못하고 남의 잘못을 용납하지 않으며

 사랑이 무족하고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에

 꽉차있는 나의 모습을 천상에 계신 우리 순교 선조들은 어떻게

 바라 보고 계실까?

 

 휘광이들이 칼로 목을 치기 쉽게 대주셨던 우리 김대건신부님,   

 불덩이를 입에 들이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소년 대철

 베드로,  옥에 갇힌 젖먹이가 젖이 안나와 죽자 눈이 뒤집혀 밖에

 있는 자식들 걱정으로 잠깐 나온 엄마에게 왜 우리 때문에 천주

 를 배반하느냐며 엄마를 다시 옥으로 가게하고 우리 엄마 마음

 변하지 않게 단칼에 베어달라며 동냥을 해다가 휘광이에게 건네

 줘 순교의 길로 다시 보낸 최양업 신부님의 형제들!

  

 이 자랑스런 순교 선조들의 후예인 우리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늘날 순교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을

 순교자적인 삶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순교자들의 삶을 특별히 본받고 공경하는 이 순교자 성월에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와 물질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

 하는 계기로 삼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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