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구원]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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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bara] 쪽지 캡슐

1999-06-24 ㅣ No.563

 

훌륭한 벌목공

 

  할어버지처럼 훌륭한 벌목공이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손자가

어느날 할어버지를 따라 숲으로 갔다.

숲에 도착한 벌목공은 손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선박회사에 팔 나무를 골라 자르는 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각 나무의 자연스런 형태에 따라 곧은 것들은 판재용으로 쓰이고, 굽은 나무로는 선박의 늑골을 만들며, 키가 큰 것들은 돛대를 만든다고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얘야, 너도 이 나무 하나하나의 세밀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오랜 경험을 통해 각 특성을 알게 되면, 언젠가는 훌륭한 벌목공이 될 거란다."  

할아버지의 말에 손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그는 숲길을 걷다고 전혀 잘린 흔적이 없는 늙은 오크나무를 발견했다.  

곧은 가지라곤 업고, 밑동은 짧고 옹이가 졌으며, 잘못 굽어 있는 그 나무는 배를 만드는데 전혀 쓸모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어버지, 저 나무는 아무데도 쓸 데가 없겠네요."

그러자 벌목공은 손자를 쳐다보며 방긋 웃기만 했다.  몇 시간 동안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커다란 나무들을 열심히 배었다.

일이 얼추 끝났을 때쯤, 몹시 지친 손자가 시원한 그늘에서 좀 쉬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벌목공은 손자를 데리고 아까 그 늙은 오크나무 옆으로 가더니, 그 나무 및 시원한 그늘에 기대어 앉아 편히 쉬었다.  그때 벌목공이 손자에게 말했다.

"네가 아까 쓸모가 없다고 쉽게 생각한 이 늙은 나무가 지금 우리를 제 밑동에 기대어 쉬도록 해주지 않느냐?

명심해라. 얘야. 모든 것이 다 처음 보기와 같은 건 아니란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깨닫고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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