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아내의 눈썹

인쇄

안재홍 [martia04] 쪽지 캡슐

2001-10-17 ㅣ No.7849

 

어떤 아가씨가 시집을 가려고 여러 차례 선을 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첫날 밤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보고 반한 것은 당신의 눈썹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오."

 

그런데 사실 여자에게는 병으로 인해 눈썹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해

왔던 것이다.

 

그날 이후 그녀는 더 일찍 일어나 화장을 했다.

 

남편에게 그 사실이 알려진다는 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몇 년이 흘렀다. 남편의 회사가 망해 이 부부는 달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리어커에 이삿짐을 싣고 나편은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면서 올라갔다.

 

햇볕이 뜨거운 데다 짐은 너무 무거웠기에 두 사람은

땀을 식히기 위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남편이 손수건을 꺼내 아내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

 

아내는 화장으로 그려진 눈썹이 지워질가봐 자기가

닦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거듭되는 남편의 청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남편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눈을 감고 얼굴을 맡겼다.

 

다 닦은 후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떴다.

 

남편은 아무 일도 없는 듯 그저 덤덤했다.

 

아내는 얼른 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비춰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눈썹은 그대로였다. 남편은 그녀의

눈썹을 그대로 두고 다른 부분만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던 겄이다.

 

남편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눈썹이 가짜라는 것도, 자기를 위해 매일 눈썹을 그리는

것도, 남편은 아내의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하며, 모셔 온 글입니다.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