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그대와 함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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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10-20 ㅣ No.7870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럭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 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냄새가 난답니다

 

 

 

     詩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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