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순교의 현대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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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건 [shinnara] 쪽지 캡슐

2002-09-06 ㅣ No.4922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면서 ’순교의 현대적 의미’를

알아봅시다.

이글은 사목지 9월호에서 퍼온글입니다.

 

순교의 현대적 의미

장봉훈(청주교구장/주교)

 

  한국 천주교회는 200년 남짓한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만여 명의 순교자를 모시고 있다. 스스로 복음의 진리를 찾아 왔고, 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가 만여 명이 된다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자랑거리다. 100년이 넘게 지속된 혹독한 박해 중에도 선조들이 지켜 왔던 순교의 믿음은 한국 천주교회 신앙의 소중한 유산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이 유산을 길이 간직하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순교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순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혈색 순교다. 피 흘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본 의미의 순교다.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따르기 위하여 가장 귀한 목숨을 바치는 피 흘림이 있는 순교를 말한다.

 

  또 하나는 백색 순교다. 매일 그리스도인 앞에 놓인 각자의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기 위해 자기를 버리고 죽는 무혈의 순교를 말한다.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복음이 요구하는 삶을 철저히 살아감으로써 한 생애에 걸쳐 자신을 봉헌 하는 피 흘림이 없는 영적인 순교를 말한다.

 

  그리고 녹색 순교가 있다.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복음의 증인으로 한 생애를 오롯이 바치는 순교를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밀알 한 알의 원리를 그대로 살고 죽으심으로써 (요한 12,24) 인류 구원이라는 풍성한 열매를 맺고 부활의 영광에 이르셨다. 이처럼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고국을 떠나 파견된 타국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민족과 똑같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한 생애를 봉헌하고 그 땅에 묻히는 것이 그리스도를 따라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지름길이라 굳게 믿고 ’말’로 그리스도를 증언한 외방 선교사들이 바로 녹색 순교의 전형이다

 

  순교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먼저 순교의 믿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아 그 응답으로 가장 귀한 생명까지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다. 순교는 하느님 사랑의 최고의 증거다. 순교는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사랑이다. 따라서 순교는 사랑의 완성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은 순교자는 하느님을 인생의 첫자리에 모시고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생명을 다해 하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을 머리로만 안 것이 아니라 삶으로 철저하게 옮긴 사람이다.

 

  또한 순교의 믿음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분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기 위하여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 순교는 주님이신 예수님을 가장 철저히 본받는 길이다. 순교는 그리스도와 가장 긴밀히 일치하는 방법이며 그리스도를 가장 철저히 따르는 길이다.

 

  그리고 순교의 믿음의 기초는 부활 신앙이다. 순교의 믿음은 주님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는 순교야말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굳게 믿는 것이다. 순교는 십자가와 죽음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이다. 순교의 믿음은 주님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는 순교야말로 곧장 천상 낙원으로 인도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그래서 순교자들은 고통 중에도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지혜 3,4) 있던 사람들이다.

 

  오늘날 이 땅에는 박해 시대의 신앙의 선조들처럼 피의 순교를 요구하는 공적인 박해는 더 이상 없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물결 그리고 과학만능주의와 쾌락주의의 거센 물결은 무혈의 순교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안에서 복음적 삶에 충실히 응답하기 위하여 매순간 순교자적 용기와 결단에 바탕을 둔 백색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녹색 순교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가 북방 선교에 사명감을 가지고 투신해야 함은 시대적 요청이다. "제일 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광활한 아시아 대륙에 십자가를 세워야"([아시아 교회], 1항) 하는 시대적 사명이 한국 교회에 있다. 북한 선교, 중국과 몽골 선교, 나아가 해외 선교에 선교사로 한 생애를 봉헌할 평신도와 수도자 그리고 사제가 요구되고 있다.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순교다.

 

  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우리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우리 선조들의 순교의 믿음을 본받아 이 시대에 우리 삶의 자리에서 순교자적 삶을 살기로 다시금 다짐해야 한다. 그 옛날 순교자들은 생명까지 아낌없이 바쳤는데, 오늘 우리는 무엇을 드려야 할지, 또한 주님을 철저히 따르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할지 깊이 묵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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