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꽃동네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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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균 [Justine5] 쪽지 캡슐

2000-03-20 ㅣ No.4602

어느날 문득..

회사에서 늦게 들어와 책상에 앉거나 친구들과 술 마시며 실컷 놀고 난 후 내 방에 앉아 있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는 거다. 알 수도 없는 무언가를 잊고사는 느낌...

그날은 그래서 갑작스레 월차를 신청하고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넓은 바다도 보고 싶고, 이제 막 싹이 돋는 나무들이 있는 산 공기도 마시고 싶고...내가 사는 범위 안에서 잠깐 이라도 나가 보는일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 간 곳은..엄마가 시간 날 때면 가신다는 꽃동네의 희망의 집이었다.

 

그곳어선 태어난지 몇달 안되는 영아 부터 이제 겨우 엄마 아빠 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아기들이 각자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침대 안에서 자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내가 갔을땐 이제 막 목욕을 마친 아기들이 뽀송 뽀송한 얼굴로 나를 빠꼼히 쳐다 보고 있었다.

 

제일 문 앞에 있는 한 아기를 번쩍 들어 올렸더니 옆에 있던 한 녀석도 안아 달라고 칭얼

거린다. 그냥 이애 저 애 안아주다 보니 조금 정신은 없지만 아기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기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운 건 사랑을 많이 받기 위해서다.

 

못생겼건 어디가 좀 모자라 보이건 간에 아기들이 웃을 때면 정말 예쁜 천사를 보는 것 같다. 수녀님들이나 자원 봉사 오신 다른 아주머니들도 그런 아기들이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먹여주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렇게 아기들이 사랑스러울 수록 아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기들을 안아주는 내내 난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계속 뜨거워 졌다.

이렇게 나같은 뜨내기에게서 받는 사랑이 세상에서 제일 많은 축복을 받아야 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기들의 상처를 치유 할 수는 없 단지 마른 땅에 가랑비처럼 약간의 목마름만

채워줄뿐...

 

하지만...그런 가느다란 가랑비 같은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꾸준히 이곳에 오고 아기들을 보듬어 준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이 하시는 일인 거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아기들을 보듬도록 하는 일...그래서 아기들이 그토록 사랑스럽게 웃을 수 있도록 하는일... 그분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인 거다.

 

해맑게 웃는 아기들의 모습...버림받고 상처받아도 씩씩하게 걸음마도 하고 부를 사람 없어도 엄마, 아빠를연습하는 작고 소중한 생명들...

감히 그들이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그들에게 희망이 없다고 누가 말 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 온지 며칠동안 계속 아기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막 울다가도 앞에 가서 웃어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따라 웃는 천진한 모습들이 자꾸 떠오른다.

자주 갈 수는 없지만 또 가고 싶다.

내가 나눠줄 사랑이 이렇게 있고 내 손길이 필요한 사람한테 그분이나를 이끄신 다는게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가 싶다.

 

 

유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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