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2시 조금 못되어서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일찍 잤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신학생들과 게임을 하고 난 뒤, 11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지요. 그런 상태에서 2시가 못되어 일어난다는 것, 분명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깜짝 놀라 깨어서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어제 4시쯤 일어났습니다. 사실 ‘새벽을 열며’라는 묵상 글을 제대로 발송하기 위해서는 새벽 3시에는 일어나야 한답니다. 그래야 묵상도 하고 글도 여유 있게 쓸 수가 있어서, 5시쯤에는 E-Mail을 통해 발송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4시쯤 일어나다보니, 서두르는 마음에 묵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함께 제 시간에 발송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가져올 수밖에 없답니다.
이렇게 늦잠 잤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오늘은 2시도 못되어서 일어난 것이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난 것이 늦잠 잔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4시는 늦잠 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일찍 일어난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저처럼 새벽에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4시는 늦은 시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일에 있어서 기준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똑같은 4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늦은 시간이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이른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리인 레위를 당신의 제자로 부르십니다. 세리라는 직업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사람취급 조차 받지 못했었던 레위는 예수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불리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나 봅니다. 그래서 잔치를 벌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레위가 부른 사람들입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레위가 아는 사람들이야 뻔하겠지요. 바로 동료 세리들이 그 자리에 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도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파티를 즐기십니다.
바로 이 모습을 보고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불만이 가득합니다. 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느냐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 판단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자신이 옳다는 판단이, 틀림없다는 판단이 오히려 하느님의 아드님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커다란 죄를 짓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수님도 그 차이를 인정하기 위해서 세리인 레위를 당신 제자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따라서 이제 저 사람은 무조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을 거부하지 않고, 주님께서 명하신 사랑을 세상에 전하면서 살 수가 있을 것입니다.
빠다킹 신부
예수님은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부르시고, 레위의 집에서 음식을 같이 잡수십니다. 신약성경에는 예수께서 밖에서든 집안에서든 식사하시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식탁에서 죄를 용서하시고 또 화해와 평화를 이루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바리사이파 율법학자에게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디서 보았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 속에는 예수님이 제자들·노인들·아이들·창녀들과 또 다른 여성들이 둘러앉아 최후의 만찬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 그림 앞에 서서 묵상을 하였는데 요셉병원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베푸는 추석 제사와 음식을 같이 나눈 것도 마음속에 떠올랐습니다.
유 루시아 수녀(메리놀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