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성당 게시판

맘이 너무아픈 사랑이야기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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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23-best]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295

    여보, 내일이면..

    하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인 영애의 결혼식이야.

    영애는 이제는 다른 사람과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이제는 당신과 함께 잘 수 있는 마지막 밤인 만치

    그 아이는 오늘밤만은 당신과 함께 잔다며 안방으로 들어왔지.

    나는 잠든 당신과 영애를 바라보다가..

    잠든 당신의 옆 얼굴로 흐르는 한방울 눈물을 보았소.

 

    서운하겠지.....

    어떻게 키운 우리 딸인데 말이야........

    그렇지만 걱정말아요. 시집간다고 해서 못볼것도 아니고

    특히나 우리 사위 녀석은 사람이 서글서글한 것이 붙임성도 많고.......

    들어보니 매주말마다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영애에게 말하기도 하더군.

    그야말로 내 자식 보내는게 아니라 좋은 아들 하나 굴러 들어오는 셈이지.

    영애는 아주 좋은 녀석을 골랐다고 생각해.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다보니 새록새록 옛날 일들이 생각나는군.

    당신하고 결혼을 하다니 말이야..........

    후후.............. 지금와서 생각해 봐도......

    당신이 날 선택한 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야.

 

 

    우리는 한 회사에 다녔었지.

    당신 생각나오?

    그 왜..... 우리 옆 부서에 있던 잘생긴 녀석 말이야.

    이름이.. 박.....뭐라고 했던가?

    이젠 오래 되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군.

    그 박이란 놈 때문에 우는 여사원이 많다는걸 난 알고 있었다오.

    헌데, 그 자는 왠만한 여자한텐 눈길도 주지 않았었지.

    허지만 당신이 우리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던 날부터는 그자도..

    다른 뭍총각 사원들처럼,

    당신의 미모와 재치,

    그리고 인간됨됨이에 푹 빠지고 말았지.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여자친구라곤 한번도 만나본적도 없던 나는 당신을..

    그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건드릴 수 없는 어여쁜 그림쯤으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었다오.

    아니, 그렇게 밖에는 못했다는게 맞겠지.

    그러나, 당신은 그 수많은 남자들과,

    그 박이란 녀석의 프로포즈 모두 거절했었오.

    나는 박이란 놈에게 딱딱하게 대하는 당신을 볼때마다

    사무실 한 구석에서 쾌재를 부르기도 했었지.

    그렇게 명랑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웠던 당신이 나의 신부가 될거라곤 그땐 상상도        못했었지.

 

    우리가 가까워 진 것은 아마도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일거야.

    나는 천애 고아였고, 당신은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이모님 댁에서 살고있었지.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것.

    그것은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만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우리는 그 부분을 서로 보듬어 줌으로써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지.

 

    당신과 어쩌다 우연처럼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서로 고아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는 더더욱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지.

    나는 당신이 나에게 관심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야.

 

    그러던 어느날, 십수번을 만났어도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는 맹한 내게..

    당신은 팔짱을 껴주었지.

 

    그때...... 나는 날아가고 있었어.

    하늘로.......... 높이 높이.................

    내 자신이 깃털이 된것만 같았지.

    얼굴은 붉어지고 당신의 손이 껴있는 오른팔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어.

 

    그 다음엔 당신에게 향하는 내 맘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지.

    지금 당신에 대한 내 사람이 물과 같다면,

    그때는 참으로 모든 것을 태울만한 커다란 불덩이였어.

 

    당신이 내게 팔짱을 껴주던 그 날부터 단 삼개월만에 우리는 결혼을 했지.

    아마도 사람들은 사내 커플 중 가장 안어울리는 쌍으로

    우릴 꼽을 것임에 난 의심하지 않아.

    내가 생각해도 그러했어.

    내게는 분에 넘치게 아름답고 명랑한 당신.

    지금도 언제나 생각하지만........

    당신은 내게 분에 넘치는 아내였지.

 

 

    그런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으니....

    나는 그저 당신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 뿐이라오.

 

 

 

    영애가 생겼을때...........

    당신 기억하오?

    난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어.

    결혼한지 사년이 다 되어갔지만 우리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았었지.

    아무리 서로 금술이 좋은 부부라고 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있던 가장 큰 걱정이었어.

    그런 금쪽같은 아이가 생긴걸 안 것은..

    겨울이 마지막 끝자락에서 기승을 부리던 어느날이었지.

    당신의 달걸이는 자주 불규칙해서 의심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 겨울날 밥을 짓던 당신이 냄새를 맡지 못하고 안에 것을 토해내었을 때,

    우리는 바로 드디어 우리에게도 하늘의 선물이 날아왔음을 알게되었어.

 

    당신의 입덧은 무척 심한 편이라..

    회사에 있는 다른 사원들도 금새 눈치를 챘고, 다들 크게 축하해 주었었어.

    하지만 나는 그 선물에게 조금 원망을 하기도 했어.

    제대로 입맛을 챙기지 못하고 보는 음식마다 토해내고,

    나중엔 토해낼 것이 없는 데도, 신물마저 넘기는 당신을 보며,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영양실조로 당신이 거실에서 쓰러져 버렸을 때,

    병원에 링겔을 꽂고 누워있는 당신의 파리한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아이가 밉더군.

 

    아마도... 그토록 행복한 우리에게 벌을 내려준 것은..

    내가 그 귀한 선물에게 이런 얼토당토 않은 감정을

    가져보았기 때문일거야.

    그래.... 그건 나의 잘못이야.

 

 

    오개월쯤 되었을 때, 이제는 당신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고,

    나 뿐 아닌 다른 사람들도 당신의 배가 나온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을 때,

    그때...그 일이 있었더랬지.........

    당신에게 고개도 들지 못할 그 일이.......

 

 

    그날은 대구 출장을 모두 마치고 경부고속 상행선을 타고 올라오던 길이었어.

    당신에게 대구에서 전화했듯이,

    우리는 결혼 한뒤로 처음으로 일주일이란 시간을 떨어져 보는 것이었어.

    나는 당신과 당신의 뱃속에서 발을 구르는 그 어여쁜 우리의 아이가 보고싶어서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어.

    원래 그 다음주 화요일까지 마쳐야 되는 일을 서둘러 모조리 마쳐버리고

    금요일에 당신과 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

 

    엑셀을 밟는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고....

    이제 당신에게 도착하면 당신과 아이를 한품에 안아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어.

    그렇지만 속도를 너무 냈다가는 큰일이다 싶어서 주의를 했지.

    맘 같아서는 200킬로까지 밟고 싶었지만..

    당신의 조심해서 오라는 말을 기억해 내고

    내 스스로를 달래며 제한속도를 정확히 지키며 달리고 있었어.

 

    .........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어.

    그 트럭을 보았을 때 말이야.

    짐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아둔 그 거대한 트럭을 보았을 때

    그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주의하지는 못했어.

    오른쪽으로 커브를 돌면서 트럭 바퀴가 승용차 차선을 깊게 넘어왔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그 높게 쌓아올린 짐들이 왼쪽편 승용차 선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겨우 알아차렸지.

    그러나..... 너무 늦은 일이었어.

    커다란 트럭은 왼쪽 차선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넘어졌고,

    내 앞을 가던 승용차 두 대가 짐에 깔리고..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그땐 이미 내 코 앞에 앞차가 있었어.

 

 

    ......미안해. 지금도 당신에겐 그것밖에는 할말이 없어.....

 

    백년만 함께 살자는 약속도,

    그날 당신에게 사주기로 했던 호도과자도,

    우리의 아기에게 사주기로 한 어여쁜 구두도...........

    난 그 어떤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지.

 

    합동 영안실에서 오열하는 당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오열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내 가냘픈 아내를 보면서도..............

    그녀를 일으켜 줄 수도 없었고,

    그녀에게.. 나는 여기 있노라 소리를 칠 수도 없었지.

    매일 저녁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도,

    당신의 가녀린 손발을 녹여줄 수도,

    따뜻한 키스도, 한마디 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매일매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어났다가는 기절하고,

    다시 일어났다가는 기절하는 당신.

    그런 당신을 보며 그 앞에서 울부짓는 것 밖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걱정이 되었지만............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여보, 제발 일어나요 하며.....

    말해주고 싶었지만,

    아니 당신을 보며 그 말을 수백번, 수천번도 넘게 되내었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그렇게 식음을 전패하던 당신이 미음을 먹게 된 것은

    이모님 말씀을 듣고 나서였지.

    당신도 기억.........해?

 

    부모님 잃은 후 당신을 줄곳 키워주시던 이모님이 당신에게 와서 말씀하셨지.

    아이를 떼자고.........

    오개월이라 위험할 수도 있지만 여하튼 병원에 가보자고.

    남편도 죽고 새파랗게 젊디 젊은 것이 혼자서 살 수는 없다고.

    그 꼴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못본다 하시며 아이를 떼버리자고 하셨더랬지.

    아이만 떼버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잊을 수 있을것이고,

    그러다 더 좋은 사람 만나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안된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럴수는 없다고.

    우리가 얼마나 고대하던 아이인데...........

    사년만에 겨우 얻은 아인데............

    그 아이가 어떤 아인데..........................!

 

    그럴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어.

    이모님 말씀은 알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그런 말씀 하시지 말아달라고 빌고 싶었어.

 

    그 날,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당신은 이모님이 두고가신 미음을 모두 먹었지.

    눈물을 흘리며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먹어버렸어.

    그리고 당신은 빈 허공을 향해 말했지.

 

    " 여보, 아기를 낳으려면 잘 먹어야 겠지?

    내가...... 내가 이렇게 굶고 있으면 안되는 거겠지?

    당신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나...........

    나 꼭 튼튼해 저야 겠지? 그렇겠지 ????

    으........... 으흐............ 흐흐흐흑.............. "

 

    당신은 몰랐겠지만.........

    난 당신의 어깨를 감싸안고....... 얼마나........ 얼마나 울었는지........

    울다 지쳐 잠든 당신을 바라보며 또 얼마나 울었는지........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해 했는지...........

 

 

 

    임신한 아내에게 맛난것을 사주고,

    가장 좋은 것만을 먹여주고 싶은 것이 남편의 마음이야.

    하지만......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지.

    그 어떤 것도......................

 

    그 날, 당신 기억하고 있는지..........

    임신하면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을 아이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어떤 것을 먹어도 얼굴이 좋아지지 않고 언제나 푸석푸석하지.

    그리고 몸에 영양분과 칼슘이 모두 빠져나가버려서

    온몸이 붓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렇게 되지.

    당신도 물론 그렇게 아파했지.

 

    어느날 저녁, 회사에서 퇴근한 당신은 문을 잠그자 마자

    그대로 방에 쓰러져 누었어.

    임신한 것만 해도 힘들텐데, 회사까지 다니고,

    게다가 집안일 하나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한 몸으로 두명을 업고, 세명 몫을 하는 당신이니

    당연히 피곤에 온 몸이 지쳐 있었지.

 

    그리고 잠든 사이에 짧은 꿈을 꾸었던가봐.

    난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를 부르는 당신의 소리에 흠찟 놀라고 말았지.

    당신은 잠깐 가는 눈을 뜨더니 당신의 옆에 놓여 있는 커다란 배게,

    우리 신혼 시절 함께 누워있던 그 큰 벼게를 바라보며 말했지.

 

    " 여보, 만두가 먹고싶어. "

 

    당신은 잠결에 말한 것이었어.

    꿈 속에서 나와 함께 있었던가봐.

    당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졸린 눈을 한층 커다랗게 떴지.

    마치 주변에 내가 있다는 것 처럼.

 

    " 바.............. 바보같으니~! "

 

    당신은 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자기를 바보라고 하면서

    다시 자리에 누웠지.

    그 두 눈엔 한가득 눈물이 맺혀있었어.

    그리고는 혼자서 중얼거렸지.

 

    " 여보, 만두가 먹고싶어요. 그런데 갈 힘이 없어.

    ......... 손가락이랑 발가락이랑..........아파요.

    아이가.. 내 뼈속에 있는 것까지 모조리 다 가져가버리려고 하나봐......

    너무 아프고...... 저리고.............. 쑤셔..............

    ........누가 주물러 줬음 좋겠다.

    ...........................

    왜 혼자 갔어요...............

    왜 나 두고 혼자 갔어.................

    왜........................................ "

 

 

    나는 방에 있을 수가 없었어.

    내 스스로가 미워서 미칠것만 같았어.

    살아있더라면 금방 달려나가 당신이 먹고싶어하는 만두를 사왔을텐데........

    아이 때문에 온 몸이 저리고 아픈 당신의 팔다리를 주물러 줄 수 있었을텐데...........

    일 모두 그만 두고 집안에서 태교를 위한 클래식이나

    들으라고 핀잔을 주었을텐데...............

    그런데...................

    여리디 여린 당신을 혼자두고 가다니....................

    당신에게...... 이토록 소중한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니....................!

 

    나는 거실벽을 탕탕 두들겼어.

    그 순간 나는 알았어.

    비록 나는 몸이 없지만..........

    강력한 신념이 있다면 실제하는 물건들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온 몸에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바닥으로 넘어졌지.

    마치 강력한 전기가 온 몸을 통과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 같았어.

    바로 그 순간. 벽에는 작지만 "탁" 하는 소리가 났음을

    나는 알 수 있었어.

    안방에 있는 당신이 " 누구........? " 라고 하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그날 나는 죽음힘을 다해 부엌 냉장고에서..

    당신이 전에 사두었던 얼은 냉동만두 한 개를 꺼낼 수 있었어.

    마지막에는 눈 앞이 노랗고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어.

    그리고 부엌 싱크대에 놓여있는 그릇 하나에..

    그 얼은 만두 한 개를 겨우 놓을 수 있었지.

 

 

    " 누구세요? "

 

    달그락 소리가 당신에게 들렸던가봐.

    당신은 부엌으로 나왔고.......

    주변을 확인하다가 드디어 내가 꺼내놓은 냉동만두 한개를 보았지.

 

 

    " 이게.................. 왜 여기 있지? "

    내가 언제 이거 꺼내놨었나?

    하지만...... 한 개를 꺼내진 않았을텐데........."

 

 

    당신은 꿈에도 내가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것 같았어.

    그 순간 당신은 주변을 재빨리 휙휙 돌아다보았지.

 

    " 혹시........... 다............... 당신이...... ? "

 

 

    그래 맞어, 여보~!

    나야~!

    내가 ................ 난 여기 당신 곁에 있어.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순 없지만..............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 그대로 당신 곁에 있어~!

    나는 소리쳤지.

 

    당신은 입술을 약간 찡그리며 피식 하고 웃었어.

 

    " 나도 참................... "

 

    당신은 알지 못했지.

    내가 얼마나 힘들여 그 만두를 꺼내 놓았는지.

    비록 얼은 만두 한덩이 이지만.........

    실은 그 만두 한 덩이가 ..

    다른 남편들이 사다주는 좋은 보약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과 나는 통하는 게 있었어.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당신은 다시 잠에 들려고 돌아서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그 얼은 만두를 조금씩 입 안에 넣었지.

    차갑기 때문에 당신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오래오래 씹었어.

    만두의 마지막 까지 모두 입 안에 넘겼을 때,

    당신은 먼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지.

 

 

    " 여보, 맛있어. 잘먹었어요. "

 

    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머리를 흔들며 피식하고 웃었어.

    당신은 지금도 그 일을 긴가민가하고 있겠지만,

   그건 정말로 당신을 위해 내가 해놓은 거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사실상 그 이후로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지.

    단지 마음 밖에는 말이야.

 

    팔개월이 좀 넘고 구개월이 다가오자 당신의 배는 남산만하게 커졌지.

    그제서야 당신은 휴직을 신청하고 겨우 집안에 들어와 쉴 수 있게 되었어.

    내가 있었더라면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던

    육개월, 칠개월부터는 회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을텐데.........

    아니, 그 당시 나는 당신에게 회사를 그만 다니라고

    설득하고 있었었는데...........

    아이 낳는 것만으로 힘든데..

    사회생활까지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고, 다 그만두라고 설득하곤 했었지.

    당신은 이기적이라며 툴툴거리긴 했었지만........

    나는 당신을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했었을거야.

 

 

    우리 아이가 태어날 때...........

    정말 그날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군.

    혼자라서 아이낳을 때를 대비를 철저하게 해둔 당신이었어.

    진통이 시작되자 당신은 준비해둔 것들을 챙겨서는

    일찍부터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을 향했지.

 

    모든 것을 미리미리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문제는 엉뚱한데서 일어났어...

 

 

 

 

    -------

 

    슬푼 얘기는 하편에서 이어집니다..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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