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가을 바람/이 해인

인쇄

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6-10-01 ㅣ No.7018


                  *=* 가을 바람 *=*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4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