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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부들에게 (수원교구-2011년 M.E 주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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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1-28 ㅣ No.7330

사랑하는 부부들에게

사람은 살아가면서 변합니다.

사람이 다 좋고 옳게 변하면 변하는 것이 참 좋은 것이고 기대할만 한데,

때로는 뜻하지 않게 안 좋은 방향으로 나도 모르게 변하는 일이 많습니다.

살아가면서 그 뜨겁던 사랑이 변하고, 퇴색하고, 차가워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그래서 내 뜻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저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고달픈 날들이 이어질 때가 있는 것입니다.


사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뜨겁던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어느 날 식어버리고,

교우들에 대한 애정이 식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 박차고 나아가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나는 젊었던 시절, 근사해 보이는 부부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 혼인하고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꾼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으로부터 아무리 도망쳐도 다 하느님 품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그것은 모두 유혹이었고 헛된 망상이었습니다.

 

부부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토록 상냥하고 친절하던 아내가 혹은 남편이 어느 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무조건 순명하는 아내가 현모양처라고 치부해 버릴 때….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는 자신을 괴로워하면

다른 삶을 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 보면,

밖으로 달려 나가 빗길에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하며

 ‘그래도 너 밖에 없어’하고 고마워합니다.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행복했던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기쁨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영원한 연인이요 부부입니다.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다가가 말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 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 밖에 없노라”고 말입니다.


남편은 나의 얼굴입니다. 아내는 나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살수록 더 사랑해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조화되어 함께 이루는 삶처럼 풍요로운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어느 날 화를 내고 말다툼을 하더라도

“애들 때문에 살지.”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서로에게 가슴 아픈 상처가 되니까요. (수원교구 엠이 1월호 회보 참조)


 이제 저도 아빠 하느님께 편지를 씁니다. 텐텐 대화를 하는 것이지요.

그동안 당신 속 많이 애타게 해 들여 죄송하다고 말합니다.

편지를 쓰다가 문득!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당신 아들 바라보시며 애타하셨을 아빠 하느님을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곁눈질 했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투정부렸던 날들을 기억합니다.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베풀어 주셨는데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누리지 못했습니다.

늦게나마 주님의 사랑을 이제야 깨닫고 알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니 이제는 가진 것 없어도 부자이고,

홀로 쓸쓸히 멍하니 앉아 있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2011년 첫 주말에서 나와 똑같은 부부들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은 경이로웠고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이 주말을 통하여 나를 거듭나게 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올 해에도 하느님께 사랑의 편지를 쓰며 우리 교우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펑펑 쏟아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충만히 받을 것입니다.


이번 325차 주말을 바친 부부들에게 특별히 권고합니다.


여러분의 행복이 끝없이 이어지기 위하여 매일 10/10대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10/10 대화는 여러분의 가정을 축복과 은총으로 꽃 피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화하는 모습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자녀들에게는 사랑의 꿈을 심어 줄 것입니다.


10/10 대화를 하시는 모든 부부들을 위해

저는 매일 기도하고 미사를 드릴 때 꼭 기억하겠습니다.


꼭 하루도 빠짐없이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이 주말을 함께 한 모든 부부들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늘 몸과 마음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멘.


글쓴이 : 송현마스터 (수원교구 - 2011년 M.E 주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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