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홍신부님 강론(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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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09-11 ㅣ No.4922

오늘 복음에서는 열두 제자의 얘기가 나옵니다.

이 제자들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예수님 속을 굉장히 많이 썪여 드렸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스승의 속을 썪여 드렸는가.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다 달랐기 때문입니다.

신앙 생활에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은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 아니면 끊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는 존재입니다.

욕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욕구를 채우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예전의 가르침과 달리 영성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은 욕구가 여러가지 단계로 되어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욕구의 내용이 하나의 계급을 이루고 있다고 보지요.

이러한 욕구의 단계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것,

그것이 영신수련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사람이 가진 욕구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가

입고,먹고,자고,가지는 그런 단계입니다.

이것을 생리적 욕구충족의 단계 라고 하지요.

이 생리적 용구 충족의 단계는 두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먹기만 하면 됩니다.

배 부르고 등 따뜻하고 비만 피하면 되요.

그것만 되면 행복하겠다--는 욕구의 단계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좀 채워지면

더 잘먹고, 더 잘입고, 더 좋은 데서 살고 싶은 그런 욕구로 발전합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소유욕만으로 내 마음의 행복을 다 가질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투기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일시적으로는 행복하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 인생의 모든 행복을 다 찾을 수 있는가. 그건 아닙니다.

그것보다 한단계 위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명예욕이라고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겁니다.

위에 말했듯이 투기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단 말이죠.

그래서 그 돈을 사람들한테 펑펑 썼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묻습니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에게 "투기꾼이요" 그럴 수 있습니까.

뭔가 그럴듯한 뭐가 필요하지요.

그게 바로 명예욕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내가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

이 욕구가 먹고 살만 하면 그 다음에 생겨납니다.

이러한 두가지 욕구가 다 채워졌을때 그 다음에 영적인 욕구로 들어가게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영적인 단계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고 모든 것을 버리는 삶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과거의 것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삶이 아니라

과거의 업을 내가 지고 가는 단계의 삶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영성심리학에서는 자기안의 욕구를 끊지 말고 데리고 살라고 합니다.

가지고 살라고.

많은 신자분들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끊으려고 하다가 자기 자신을 자학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과 자학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내 안에서 일어나는 욕구가 너무나 커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인가 하면

어렸을때 너무나 가난하게 자란 분들,

어렸을때 너무나 부모님께 사랑을 못받은 분들은

그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채워지지 않는 갈증같은게 있습니다.

무엇으로 채워도 잘 안 채워지는 그런것.

그런데 그건 그냥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죄가 아니라 단지 나의 약함일 뿐이고

내가 부모를 잘 못 만난 팔자 탓일 뿐입니다.

좀 따뜻하고 있는 부모님을 만났으면 내가 상처를 덜 받았을텐데

그렇지 못한 부모님을 만난 분들은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외로움, 추위 이런 것을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을 그냥 달래가면서 살아가는 것, 그게 영성생활입니다.

불교에서는 업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영성심리학에서는 업을 나의 과거라고 얘기합니다.

내 과거는 잘 끊어지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내 과거는 내가 등에 업고 가야하는 내 아이입니다.

 

많은 신자분들이 가지고 싶고 먹고 싶고 그런 욕구를 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냥 욕구일 뿐입니다.

그런 욕구가 없으면 사람은 살 재미가 없습니다.

내 안에서 어떤 욕구가 일어나거든,

아-- 내가 과거에 못 먹은 게 많아서, 갖지 못한게 많아서 그런 욕구가 일어나는구나... 하고 그냥 자기 마음을 알아주면 됩니다.

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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